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6일] 콜럼버스와 국내 IB

1486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대서양 항해에 나선다.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해 자금 지원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에스파냐 카스티야 왕조의 이사벨 여왕은 콜럼버스의 제안을 국부 창출의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흔쾌히 자금지원에 나선다.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과감하게 벤처 비즈니스를 단행한 것이다. 이후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 사람들의 활동무대가 됐고 에스파냐는 신대륙 식민지 경영과 대서양 무역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패권국으로 등장하게 된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지난해 하반기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파산상태에 있었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내에서 리먼브러더스 인수 논쟁이 불거지고 있을 때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ㆍ유럽 부문을 사들이고 말았다. 리먼브러더스의 우량자산만을 인수해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했던 산업은행의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노무라는 올해 2ㆍ4분기(7~9월)에 277억엔의 순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729억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2년간 분기실적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인수효과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해외매출은 1,600억엔으로 국내 매출보다 200억엔이나 많았다. 국내 금융산업 관계자들은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노무라홀딩스의 발 빠른 선택과 성과에 부러운 시선만 보내고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및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선진기업으로 도약하자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없고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올 뿐이다. 철저한 기업 및 업황 분석을 통해 남들이 두려워하고 회피할 때 과감하게 해외기업 M&A에 나서야 할 때이다. 콜럼버스가 대서양 항해를 통해 블루오션인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국내 금융회사들도 적조현상이 심화된 국내 영업환경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국내 상업투자은행(CIB)들이 모험의 돛을 올리고 바람을 친구 삼아 하루빨리 출항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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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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