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국산업 '조선·해운'] 해운업계
원자재 수요급증… 가파른 성장가도
올들어 해운시황이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해운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중동ㆍ서남아 지역의 곡물수입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유럽지역의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중대형선 수송운임이 급등해 시황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유조선 부문은 사상 최대 호황국면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원유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조선 운임지수인 WS(World Scale)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범양상선 관리인 선임문제
법정관리중인 범양상선은 법원이 윤영우 전 현대택배 고문을 새 관리인으로 선임한데 대해 집단사표 등으로 맞섰다.
범양상선 노조 등 임직원은 11월 9일 유병무 관리인 전 관리인의 후임으로 현대상선 부사장을 지낸 윤 관리인을 임명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부분 사표를 내고 집단 조퇴하는 등 반발해 왔다.
노조는 "업계에 영향력이 있고 금융지식이 있는 사람이 관리인으로 선정돼 M&A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윤 내정자를 반대하고 나섰다.
법원이 인사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중단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통보하자 11월13일 임원회의와 노조회의를 거쳐 윤 관리인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해운업계 유조선 호황
올해 국내 해운업계가 유례없는 유조선 호황을 맞았다.
초대형유조선 1척이 중동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한번 수송하는 운임은 250만달러 정도로 척당 연평균 8회를 왕복해 연간 2,000만달러(2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SK해운,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3사는 올해 유조선 운임으로 10억달러(1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SK해운은 초대형유조선 8척 등 14척, 현대상선은 초대형유조선 8척을 비롯 12척을 운영하고 있다. 한진해운도 초대형유조선 2척 등 6척이 있다.
이 같은 호황세는 세계적으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수송물량이 늘어나는 이상현상이 계속되면서 유조선운임이 유례없이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 유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고 이는 다시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운임이 떨어지지만 최근에는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유조선부문의 호황세가 앞으로 2~3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 항로 동춘항운 부도
속초~자루비노(러시아)~훈춘(중국)간을 운항하는 동춘항운이 멈춰섰다.
동춘은 10월 30일 동춘호에 선식을 납품하는 아시아나 상사에 대한 채무액 10억원을 갚지 못해 부도를 냈다. 부도금액은 80억~90억원으로 주요채권자는 대동건설, 대아고속해운, 동해지방항만청 등 이다.
직접적인 부도이유는 최근 중국측이 반입허용 물량을 25kg로 제한한데 따른 여객감소와 터미날 건축 등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채권단이 인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해운업계, 틈새시장 마케팅 활발
국내 해운업계가 올들어 미주, 구주 등 주요 기간항로를 벗어나 호주, 중동 지역 등으로 신규항로를 개설하는 등 틈새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유망한 틈새항로로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호주.
현대상선은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호주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8월부터 극동~호주에 신규항로를 개설했다.
한진해운도 지난 4월부터 대만의 에버그린, 중국의 코스코와 함께 극동~호주 항로를 개편하여 2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동남아 시장에 대한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 지면서 현대상선과 고려해운이 6월 1,2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투입해 한국과 인도네시아간 항로를 신설했다.
중동지역도 급부상하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최근 유가급등에 힘입어 구매력이 커지면서 올해 극동에서의 수송 물량이 전년대비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동특수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세계무역기국(WTO) 가입을 앞두고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서남아, 지중해, 동아프리카, 남미지역 등지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중고선박 가격 급상승
최근 월드와이드쉬핑이 중고시장에 내놓은 노드호프호가 5,600만달러에 거래됐다. 이 배는 지난 98년 건조된 15만8,000톤급 선박이다. 이 가격은 같은 크기의 새 배 보다 15%나 비싼 가격이다.
89년 건조된 14만2,000톤급 노드트랜스포트호도 새 배 가격을 웃도는 3,100만달러에 거래됐다.
올해는 이처럼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보다 비싸게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유조선 운임시장이 사상최고의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현재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앞으로 2~3년이 걸리는 것이 중고선의 매매가격의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현대상선, 대규모 외자유치
현대상선이 보유 유가증권의 해외매각을 통해 대규모 외자를 유치했다.
현대상선은 7월 10일 보유 주식 중 현대전자 주식 500만주 1억1,000만 달러(1,250억원)를 스위스 투자은행 인 'UBS AG(Union Bank of Switzerland AG)'에 매각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상선은 이 외자유치로 ▦1억 1,000만달러의 차입금을 일시에 감축할 수 있게 됐으며 ▦주당 매각가격(2만 4,500원, 7월 7일)이 매입당시의 평균 주가 1만 2,700원 보다 1만1,800원이 높아 6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번 외자유치는 ▦해운시장의 호황에 따라 영업실적이 호조, 현금흐름이 양호함에도 계열사 지분보유 부담에 대한 일부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난해 뉴욕ㆍ런던 등 전세계를 순회하며 펼친 기업설명회(IR) 당시 올해부터 보유주식을 처분키로 한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어서 시장 신뢰감을 회복하는 발판이 되었다.
◇조양상선 기사회생
정부의 11.3 퇴출기업심사에서 조양상선이 살아남은 것은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대가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양상선이 퇴출기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해운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에서도 보기 드물게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구조조정 노력이 관련 금융기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조양 관계자도 "실질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주효했고 앞으로의 구조조정 일정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퇴출기업 명단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양은 그동안 제일생명 매각, 부산 광양 터미널 매각, 사주 일가의 모든 재산 헌납, 동영해운 지분 매각, 선박 매각 등 자산 처분에 주력해 왔다.
이번 회생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2단계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우선 사업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원양을 포기하는 대신 근해항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정기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동안 자본력 부족으로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력선대로 키우는 동안 제자리 걸음만하는 바람에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어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컨테이너시황 안정세 지속
컨테이너시황이 2003년까지 현재의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선사인 MOL은 '정기선 해운동향 최신판(1999/2000년판)'을 통해 "5,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대량 발주 준공되고 있지만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의 2개 기간항로에서 타이트한 수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기선사들이 수급 관계를 고려해 선박발주를 늦추고 있는 점도 시장안정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기선 해운동향 최신판(1999/2000년판)'에 따르면 5,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준공량은 1999년말 기준으로 67척. 그러나 2000~2003년의 4년 동안 신조선 144척이 준공된다. 이들 대형선박들은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등의 기간 항로에 투입되기 때문에 향후 대형선박의 잇따른 취항으로 기간항로의 수급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지가 관심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2주년
현대상선이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한지 11월 18일로 2주년을 맞았다.
금강산 관광은 첫출항 당시 '현대금강호', '현대봉래호' 2척이 4박5일 일정으로 시작했으나 곧 3박4일로 전환했다. 지난 10월초부터는 쾌속관광선 '현대설봉호'를 투입하고 해상호텔 '호텔해금강'을 장전항에 설치하면서 2박3일 일정이 추가되었다.
금강산 관광객은 출항 10개월만인 99년 9월 1일 10만명을 기록한 뒤, 올 8월 21일 20만명, 9월 15일 30만명에 이어 11월 18일로 35만명을 넘어섰다.
현대상선은 앞으로 ▦조속한 시일내에 쾌속관광선 현대설봉호를 설악산과 인접한 속초에서 출항시켜 선박의 운항시간을 3시간대로 단축하고 ▦관광일정도 1박2일부터 9박10일까지 다양화시키며 ▦ '금강산려간'을 임대해 단체관광객을 위한 숙박장소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일본인 및 해외교포의 금강산관광유치를 본격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금강산 지역에 골프장, 스키장 등의 레저시설을 완비해 세계적인 종합휴양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입력시간 2000/11/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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