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거대한 사건' 뒤엔 모건·록펠러 '두 가문' 있었다

■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br>(히로세 다카시 지음, 프로메테우스출판사 펴냄)<br>세계대전…스페인 전쟁…원폭 투하…케네디 암살…

존 피어폰트 모건

존 록펠러


'현대 세계사는 거대 자본가인 모건과 록펠러 가문에 의해 쓰여졌다.' 일본의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는 매번 화제의 책을 내놓는 인물로 유명하다. 성역과 금기를 거부하는 작가가 현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못해 때로는 도발적이다. 세계대전을 비롯해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놓은 배경에는 모건과 록펠러 양대 가문이 있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1986년 일본에서 출간됐던 당시 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서적으로 '억만장자는 할리우드를 죽인다'는 원색적인 제목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참혹했던 많은 일들이 모건과 록펠러 가문의 암투와 머니 게임에서 비롯됐다는 것. 물론 사실 여부를 떠나 공개적으로 굴지의 가문을 욕보인 탓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두 가문은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놓여 있었지만 때론 이해관계에 따라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는 등 협력해 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파트너 관계였기에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사업은 군사ㆍ언론ㆍ식량ㆍ자원ㆍ연예산업 등 다방면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며 파워를 키워갔던 것. 저자는 이런 이유로 이들 가문을 '제1권력'이라고 말한다. 1ㆍ2차 세계대전, 스페인 전쟁, 원자폭탄 투하, 매카시즘과 빨갱이 사냥, 한국전쟁,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등 현대사에 얼룩진 거대한 사건들은 그 뿌리가 한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바로 자본의 논리만 존재하는 '투기 비즈니스의 이권 다툼'에 의해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독점 재벌인 두 가문이 어떤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행태를 저질렀는지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그들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좌지우지했으며 그들에 의해 미국은 물론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조정돼 왔는가도 추적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글을 풀어내는 방식은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저자는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등 대중문화를 적극 활용,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배려했다. 책 속에 소개된 내용 중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소개한 대목은 흥미를 일으킨다. 저자는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케네디 부부는 록펠러와 모건 가문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미국의 전 대통령은 의문의 암살사건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후 재클린이 중동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한 것도 두 가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이 외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군수산업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테이블에 앉아 전쟁에 대한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고 소개한다. 미국과 일본은 적대국가였지만 전쟁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자신들의 제품인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대목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자료 수집의 한계로 말미암아 지나친 상상력을 동원한 비약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도 있지만 세계사를 자본의 관점에서 기술한 측면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한편 출판사 측은 저자의 최대 역작으로 꼽히는 '붉은 방패(1992)'를 올 하반기 1권부터 4권까지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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