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사, '악성고객'에 강경대응 한다

금융사들이 상담원을 대상으로 욕설이나 성희롱을 일삼는 고객들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선다. 몇몇의 ‘악성고객’으로 인해 직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데다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판단, 강경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금융경제연구소가 영업창구에 근무하는 금융노조 조합원 3,8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0% 이상이 우울증 의심자였고, 20%는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꼽은 애로사항 1순위는 ‘민원인의 과도하고 부당한 언행이나 요구’였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금융투자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대 금융업권 협회 및 금융회사 임원·실무자와 함께 문제행동소비자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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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각 금융업 협회는 해당 TF를 통해 내달까지 악성 고객을 판단하는 대응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화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 금감원은 과도한 금전 보상을 요구하거나 욕설이나 성희롱 등 위법 행위를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 같은 민원을 반복 제기하며 금융사 직원을 괴롭히는 고객 등을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과 금융사들은 자체 심의 위원회를 통해 악성 민원인을 선별,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에따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고객은 유선·휴대전화 번호가 별도 등록돼, 해당 고객이 전화를 걸면 전담 관리자가 자동 응대한다. 전담 관리자는 해당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이를 배치할 예정이며, 젊은 여성 상담원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는 고객에게는 연배가 있는 남성 상담원을 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운용된다. 악성 민원인이 욕설이나 성희롱 등의 발언을 하면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므로 전화를 끊는다’는 녹음 메시지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끊는다. 이후에도 욕설과 성희롱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고발이나 손해배상 등 사법처리 가능성을 경고하고, 실제 법적 처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태스크포스가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며 “최근 민원발생평가 방법을 바꾸는 등 악성 민원인까지 과보호하지는 않겠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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