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지난 8월25일 타계했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장남이 어릴 적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가족이 묵던 호텔 방에 아버지 케네디가 꽤 큰 돈을 팁으로 남겼다고 한다. 아들이 이유를 묻자 고인은 이렇게 답했다. “온종일 호텔 허드렛일을 하는 건 정말 고된 일이지. 우리가 떠난 뒤 이 방을 청소해야 할 여인에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거란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 가장들에게 일자리는 생존을 위한 터전이다. 가장의 일자리는 가족의 생계와 가정의 복지를 책임지는 수단이다. 그럼에도 경제불황으로 가장들의 일자리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가장만의 몫이 아니다. 대학 졸업반 자녀들도 ‘실업예정자’로 전락하고 있다. 가끔 회식자리에 가면 실업자에 대한 기발하고 다양한 신조어들을 듣는다. 31살이 될 때까지 취직을 못하면 '삼일절'이고 10대들도 장래에 백수가 되는 것을 준비해야 해서 '십장생'이란다. '이태백'과 '사오정' 정도만 알고 있던 필자에게는 기발한 말들이지만 듣고 있자니 씁쓸하기만 하다.
일자리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일자리 창출이다. 그들은 '일을 통한 복지(workfare)'가 최상의 복지 정책이라 여기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회사가 많이 생기거나 기존 회사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유연하면 일자리가 늘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특히 더 그렇다. 이제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더라도 평생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회사가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지불 가능한 임금을 주고 자유롭게 채용도 하고 해고도 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야말로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에 인색하지 않게 하고 부담 없이 채용을 늘리게 하는 길이다.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 지금 우리 사회는 이미 일자리를 가진 정규직 노조원들의 일자리만 중시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