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동안 몸담은 마린스키발레단의 고별무대를 '빈사의 백조'로 마무리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은퇴 후에는 한국 발레의 발전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 볼쇼이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발레를 양분하고 있는 세계 정상급 마린스키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솔리스트 유지연(34ㆍ사진)씨는 9~14일 열리는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빈사의 백조'를 연기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오는 14일 마지막 공연의 '발레 갈라'에서 그가 선보이게 될 '빈사의 백조'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단막 발레이자 러시아 발레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그는 "한 마리 백조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서히 날개와 고개를 떨구며 죽어가는 과정을 아무런 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발레리나의 연기만으로 응축해 보여주는 한 편의 시"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전설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이 작품은 파블로바 생전에 전세계 투어를 통해 수천회가 공연됐다. 늑막염에 시달리던 파블로바가 수술을 받으면 다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망설임 없이 백조 의상을 입고 죽음을 택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1년 당시 15세 때 러시아 바가노바발레학교에 입학해 외국인 최연소 기록을 세운 유씨는 1995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지난해 1월 마린스키의 솔리스트 가운데 수석 캐릭터 무용수로 승급했으며 앞서 2003년에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1903~2003 발레 역사 사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무대를 끝으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은퇴하는 유씨는 "올해는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러시아에서 발레를 배우게 된 지 만 20년이 된다"며 "최고의 프리마돈나만 출 수 있는 '빈사의 백조'를 고별무대에서 출 수 있게 돼 무척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지도자로 와달라는 요청이 있지만 남은 인생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유씨는 "그동안 몸으로 느끼고 배운 것들을 활용해 한국의 무용수 양성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