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자의 눈/10월 14일] 국민은행 신뢰부터 배워라

금융부 김영필기자 “지역본부장님이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하셨어요. 희망퇴직 대상이니 가족들과 잘 생각해보라구요.” “지점장님이 불러서 갔더니 (희망퇴직) 대상자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은행원 카페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국민은행에서 희망퇴직 대상자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한 직원은 “‘희망’ 퇴직이라고 해서 정말 희망퇴직인 줄 알았는데 연락을 받으니 씁쓸하다”고 했고 다른 직원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문제는 은행의 태도다. 국민은행 노동노합이 지난 12일 은행장실에서 은행측이 일부 직원에게 희망퇴직 대상자임을 통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한 기자에게 “사실 무근”이라고 답변했다. 알린 적도 없고 명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불과 하루 만에 드러난 거짓이다. KB금융의 관계자도 “당초 신설을 추진하려고 했던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하려고 했던 직원들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라며 “지역본부별로 100명 정도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도 민병덕 행장은 희망퇴직을 강제할 뜻이 없다고 밝혔었다. 기자가 “지난 2005년 희망퇴직 때는 권고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분명 권고가 없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퇴직”이라고 강조했다. 사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최고경영진의 말은 빈말이 됐다. 희망퇴직을 큰 문제없이 마치려는 은행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국민은행의 군살빼기가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은행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은 물론 직원들마저 속이려는 은행을 누가 믿을까. 희망퇴직 문제는 주주와 고객들에게도 관심사항이다. 그런데도 국민은행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국민은행이 리딩 뱅크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신뢰’의 중요성부터 깨달아야 할 듯하다.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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