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TO회담 결렬] '산더미 의제' 매듭풀기 역부족

한덕수(韓悳洙) WTO 한국측 수석대표는 3일(한국시간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회담은 의제가 너무 많은데다 그에 따른 이견차도 커 결렬됐다고 본다』고 밝힌뒤 반덤핑과 노동에 대한 미국과 개도국 구도 미국과유럽연합(EU)과의 농산물 빅딜 실패 등을 결렬 이유로 꼽았다.韓본부장이 주장한 협상 결렬 배경을 사안별로 점검해본다. ◇많은 의제와 짧은 일정 이번 각료회의의 결렬은 각국이 너무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풀겠다고 나섰다가 끝내 소화시키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관측된다. 회의 마지막날인 3일 각국 장관들이 음식을 배달시켜 먹어가며 15시간에 걸쳐회의를 이어가는 초읽기에 몰린 것도 애당초 기한내 협상 타결이 힘들었다는점을 반영한다.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점은 당초 농업, 서비스, 공산품 등 소수 의제로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자는 미국과 호주의 입장이 결과적으로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각료회담 전망이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덤핑과 노동」, 미국의 독주와 개도국의 반발 반덤핑협정의 문제점을 개정하자는 일본과 우리나라 등 대다수 개도국들의 일치된 주장에 미국이 끝까지 반대한 것이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반덤핑협정 개정문제를 다룬 「이행과 규범」작업반 의장이 공개적으로 한 나라(미국)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은 「전가의 보도」인 반덤핑 협정을 개정하면 협상이 깨질 수 있다고 버티고 나왔다. 결국 3일 작업반 의장이 반덤핑협정 개정문제를 검토한 뒤, 필요할 경우 개정토록 한다는 초안을 냈다. 그러나 미국이 결국 반대, 개도국과 등을 돌렸다. 국제적 노동기준에 미흡한 나라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대한 규제와 최소한의 노동기준 확보를 추구하는 「노동과 무역」이슈도 막판 장애별로 협상을 좌초시켰다. 미국 노조원등 비정부기구(NGO)들의 시위등 현지 여론을 등에 업은 미국은 협상폐막 하루전인 2일(한국시간 3일) 노동과 무역 이슈를 별도로 논의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미국은 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WTO내에 상시 작업반을 설치,이 문제를 검토해나가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유럽연합는 개도국들의 입장을 반영, 국제노동기구(ILO)와 WTO 공동의 공개포럼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 주장에 가까운 WTO내에 ILO, 세계은행(IBRD),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등도 참여하는 비공식 위원회를 두자는 타협안이 나왔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미국의 음모라며 극력반대, 수포로 돌아갈 상황에 빠졌다. ◇미국과 EU의 「농산물 빅딜」실패 시애틀 회담결렬은 세계통상의 양대 강국인 미국과 EU가 특히 농산물 수출보조금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애틀 각료회담은 사실 농산물 협상이 의제중의 의제였고, 농산물 협상중에서도 미국과 EU가 사활을 걸고 덤빈 수출보조금 문제가 핫이슈였다. 미국은 회담전부터 EU의 수출보조금을 철폐시키겠다고 별러왔고, EU는 EU나름대로 보조금 점진 삭감을 주장했다. 미국은 EU가 전체예산의 50%가 농업분야에 집중돼 있고, 이중 수출보조금은 연간 7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은 EU가 전세계 농산물 수출보조금의 85%를 차지, 전세계 교역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공격해왔다. 이에 EU는 미국과는 다른 소규모 영농 등의 농업특성상 미국의 주장은 일방적이라고 맞서왔다. 시애틀=양정록기자JRYANG@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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