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산 태화쇼핑 부도 배경·파장

◎대그룹 백화점 등쌀에 무리한 사업확장 “자충수”/진로유통·한신코아이은 과당경쟁 희생양/업계 “다음 차례는 어디냐” 침울·초긴장부산의 향토백화점 (주)태화쇼핑(대표이사 김정태)이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유통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진로(아크리스), 대농(미도파)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에 이어 한신공영(한신코아)이 쓰러진지 불과 한달도 못돼 태화쇼핑이 넘어지는 등 올들어 5번째 부도사태가 빚어지며 유통업체들이 수난기를 맞고 있다. 업계 최대 관심사는 「다음 차례가 누구냐」는 것. 최근 부도사태는 지난 96년 유통업 전면개방이후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개방과 함께 외국업체는 물론 국내 기업들까지 우후죽순처럼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유통관계자들은 과당경쟁에 따른 기업도산사태를 크게 걱정 했었다. 그러나 점진적인 업계 구조개편현상이 부도도미노파동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화쇼핑의 부도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 95년 롯데와 현대백화점등 대형백화점이 부산에 등장하면서 그동안 부산지역 최대 유통업체를 자랑해온 태화쇼핑은 살아날 길을 찾기위해 8백억원 투자, 지난해 8월 백화점 신관을 오픈했으며 2백억원을 들여 북구 덕천동에 2호점부지를 매입하는등 무리한 시설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으로부터 끌어들인 1천억원을 백화점매출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은 최근 불황으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연간매출액이 95년대비 19.3%나 줄어들고 당기순이익도 기업설립이후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1백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최악의 수순을 밟게됐다. 롯데·현대 등 재벌백화점 틈새에서 살아남기위해 신관건립등 무리수를 두다 결국 자충수에 빠져든 셈이다. 아크리스백화점을 운영하던 진로종합유통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한신공영도 부도직전까지 유통사업부문을 강화, 지원을 아끼지않았다. 분당상권을 의식, 2백억원을 들여 인근 한신코아백화점 성남점을 새롭게 바꾸어놓았다. 한신코아 광명점과 대전점인근에 할인점이 들어서고 가격경쟁이 불붙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하매장을 할인점으로 바꾸는등 판매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보사태이후 금융권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자금난에 휘말린 뉴코아백화점은 금싸리기같은 땅을 매각하고 최근 영업부진을 연중세일로 극복하는등 필사적으로 살길을 찾고 있는 중. 유통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너도너도 이 분야에 뛰어든 때가 엊그제같았는데 불과 1년도 채 안돼 백화점업계의 상황은 사면초가에 당면하게 되었다. 업계는 내년 중에도 부도사태가 이어질 경우 국내 유통업계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일부 대기업과 외국 유통업체만 살아남지않겠느냐고 우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이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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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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