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외환은행 LA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으로부터 업무감사를 받는 중 지점 자체의 월례회의 회의록을 제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점 내에서 매월 1회 전체 간부들이 참석하여 그달의 각 부문별 업적 및 문제점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는 월례회의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니, 그러면 회의록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요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관행상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변명이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결국 감사 결과 경영진측에서 직원들의 제반 문제점을 회의를 통해 점검하지 못했으니 내부통제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후 감사 지적사항을 시정하기 위하여 처음에는 우리말로 회의를 하고 영어로 회의록을 작성하다가 나중에는 처음부터 영어로 회의를 진행시켜 직원들의 영어실력이 향상된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모든 중요한 회의를 한 후에는 반드시 회의록이 작성되고 그 회의록이 공람된다.
은행의 경우 여신심사회의 및 이사회가 끝나면 해당 여신의 제안내용, 타당성 검토 및 반대, 찬성의 모든 발언내용이 회의록에 상세히 기록되어 은행 내부 모든 사람에게 공람된다. 회의내용이 모두에게 공개되어 참석자의 책임한계가 명백하게 되어 경영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것 같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외이사들도 해당안건들을 성실히 검토하여 자기의 소신을 명백히 하는 이유도 자신의 발언내용이 회의록에 상세히 기재, 공개되어 책임한계가 명백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번 한보관계 여신의 취급경위에 대하여 국회 청문회가 열렸는데 미국과 같이 회의록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으면 더욱더 효율적으로 청문회가 진행되고 책임한계가 명백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현시점에서 미국의 회의록 문화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