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기 '불황인가, 회복인가?' 논란

美경기 '불황인가, 회복인가?' 논란 재개 일부지표 예상밖 부진에 비관론 힘얻어 "경기둔화는 끝났다"(5월 21일, 폴 오닐 재무장관)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오래 갈 수 있다"(5월 24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불과 2~3일 간격으로 미 경제 최고 정책 결정자들의 상반된 견해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경제 전망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회복론이 확산되는 상황속에 경기 둔화가 여전하다는 일부 경제지표들이 지난주 속속 발표되면서 2ㆍ4분기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적 전망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경기 침체 위험 알리는 경제 지표=미국 상무부는 25일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지난달 발표된 추정치 2.0%가 보다 낮아진 1.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 4월중 내구재 주문이 전달에 비해 5% 감소한 1,84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3.9%와 2.2% 증가에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마이너스 2.2%의 2배를 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기가 아직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미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 파고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씨는 "2분기가 1분기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의 제리 재시노스키 회장은 "내구재 주문이 5%나 내려간 것은 컴퓨터, 반도체 등 장비산업의 회복에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미국 경기의 회복이 V자가 아닌 U자를 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회복국면의 징후도 곳곳에=비관적 지표들과는 달리 경기호전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적지 않다. 4월의 경기선행지수가 2월과 3월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0.1% 상승세로 반전됐다. 경기둔화세가 끝나고 앞으로 경기가 미약하게 나마 회복될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건설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3월 1.3%가 증가해 5개월 연속 늘었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있어 내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부가 줄어들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이 아직 견고하고 임금상승률이 높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민간소비는 1분기에 3.1% 늘었다. 지난해 4분기(2.8%증가)보다 오히려 씀씀이가 늘어난 것이다. 물가도 그런대로 안정돼 있는 상태다. 이는 달러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과 재고물량의 덤핑 판매 때문. 지난 1월 전달보다 1.1% 급등했던 도매물가지수는 2월 0.1% 상승후 3월에는 0.1% 하락했다. 소매물가지수도 1월 0.6% 상승했다 이후 월 0.1~0.3%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올들어 다섯차례에 걸친 금리인하와 연내 실행될 대규모 감세 효과로 성장률은 앞으로도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 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엇갈리는 경기진단은 계속될 듯=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 중 호전과 둔화의 비율은 거의 반반이다. 따라서 어느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불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회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반영돼 투자자들은 지금의 경기둔화가 지난해 경기과열에 대한 조정국면인지 불황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엇갈리는 경기진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 26일자에서 "현명한 투자가라면 경제제표에 하루하루 반응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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