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증시 전망은 덕담이 아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이 앞 다퉈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치는 대략 1,600선을 넘는다. 최고 1,780까지 나와 있다. 지금 지수가 1,400대 초반이니까 연말까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년에 300포인트 가까이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인덱스펀드에만 넣어놓아도 20% 이상의 수익을 얻는 셈이니 반가운 일이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지난해 말에도 비슷했다. 올해 1,500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고 일부에서는 1,600포인트까지 예상했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2% 올랐다. 전망대로라면 16% 올라야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종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가 실제와 14%포인트 차이가 난 것이다. 친한 모 애널리스트는 “주가 전망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지난해 이맘때 나온 기사 중에 이런 게 있다. 한 증권 포털사이트가 개인투자자 3,459명에게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51%가 ‘내년(2006년)에 투자자금을 올해보다 늘리겠다’고 답했다. 조사대로 실행에 옮겼다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의 51%는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을 믿고 올해 투자자금을 늘렸을 테고 그들의 100%는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차라리 은행에 묻어둘 걸”이라며 분을 삭이고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전망은 전망일 뿐일 수도 있다. 조건은 항상 움직이기 때문에 그 조건에 맞춰 나오는 결과 역시 달라진다. 당장 증시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ㆍ달러 환율 조건만 하더라도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100원 이상의 갭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증시 환경이 달라져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돈이 걸린 문제다. 증시 전망이 덕담 수준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투자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증권사가 내놓은 증시 전망을 믿고 투자한 그들이 흡족한 마음으로 새해 증시를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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