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D의 전쟁' 글로벌경제에 원자재 복병

강세 보이던 WTI·니켈 등 하반기들어 줄줄이 하락세로

원자재지수 5년만에 최저치

세계경제 저물가 →경기위축… "D사이클 갇히나" 우려 고조


급락하는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경제의 'D(디플레이션·디스인플레이션)와의 전쟁'에서 복병으로 등장했다. 중국발 경기둔화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재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급락하는 원자재 가격이 호주와 브라질 등 주요 자원생산국 경기까지 강타,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경제가 저물가→경기위축으로 이어지는 'D'의 사이클에 갇힐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22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블룸버그원자재지수가 전거래일보다 0.7% 하락한 118.6을 기록하며 지난 2009년 7월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일각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부추겼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은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갈수록 낙폭을 키우는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6월 배럴당 103.85달러로 연중 고점을 찍었으나 22일 현재 12% 이상 떨어진 91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니켈과 구리 가격은 6월 말 이후 각각 10%와 4%,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무려 30%와 22%씩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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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조기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로 몰린데다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증대로 공급은 늘어난 반면 중국 경기둔화로 수요가 약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하락이 가시화하자 글로벌 투자자금 역시 앞다퉈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급락세는 가뜩이나 아슬아슬하게 디플레이션 진입의 경계에 서 있는 유로존과 디플레이션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일본은 물론 갈수록 심해지는 저물가와 씨름하는 미국·한국 등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 국가들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직접적인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브라질 등 자원수출국 경제를 강타하며 글로벌 경제 전반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유럽중앙은행(ECB)이나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속락하는 원자재 가격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복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상품 가격은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이기도 하다"며 "지속되는 가격하락이 세계 경제 정체를 예고하는 것이라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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