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진저브레드·레오파드를 아시나요

IT OS별명 짓기…구글은 디저트·애플은 동물이름 선호


지난 18일(현지시각) 오후 5시. 미국 캘리포아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 화물차 한 대가 도착했다. 여러 겹으로 포장된 화물을 꺼내자 거대한 아이스크림 모양의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직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조형물을 건물 앞마당에 세우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구글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안드로이드 4.0버전)'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 넥서스'를 선보였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영체제(OS) 별명을 둘러싼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 숫자가 붙는 정식 명칭 외에 별도의 별명을 붙여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노리는 것이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에 알파벳 순서에 맞춰 디저트 이름을 붙인다. 지난 2009년 4월 안드로이드 1.5버전인 '컵케익'을 선보인 이래 '도넛(1.6버전)', '에클레어(초콜릿 케이크의 일종, 2.0∙2.1버전)', '프로요(얼린 요구르트, 2.2버전)', '진저브레드(2.3버전), '허니콤(3.0버전)을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까지 포함하면 알파벳 C부터 I까지 모두 디저트 이름을 순서대로 넣었다. 다음에 내놓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별명으로는 J로 시작하는 '젤리빈'이나 '젤리푸딩' 등이 거론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 윈도의 코드네임(개발명)으로 주로 지명을 택했다. 1995년 선보인 윈도95는 '시카고'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에 들어갔고 이어 '멤피스(윈도98)', '휘슬러(윈도XP)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2007년 1월 출시한 윈도비스타에는 물소의 일종인 '롱혼'을 채택했고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7은 개발명이 그대로 제품명이 됐다.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아이OS(iOS)에는 숫자만 표기하고 PC 운영체제인 맥OS(MacOS)에 고양이과 동물 이름을 붙인다. 맥OS 10.0버전인 '치타'에 이어 올 6월 선보인 10.7버전에는 '사자'까지 모두 8종을 내놨다. 특히 2007년 선보인 '레오파드(맥OS 10.5버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롱혼(윈도비스타)'를 겨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에서 레오파드(표범)는 롱혼(물소)를 잡아 먹는 천적이다. 애플의 별명 전략이 적중한 탓인지 윈도비스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윈도 운영체제 중 가장 실패한 제품이 됐다. 국내 업체들은 별도의 규칙 없이 시장 상황과 제품의 특징에 맞춰 별명을 붙인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를 개발하면서 '센(Seine)'을 개발명으로 썼다. 프랑스 센강의 우아한 이미지에 우리말의 '세다'를 조합해 디자인과 성능에서 최고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LTE 스마트폰 '옵티머스LTE'의 개발명은 '아이프로젝트(i-project)'다. 애플 아이폰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코드네임은 원래 군사용어에서 나왔다. 군사작전을 앞두고 특정 인물이나 지명을 감추고 적에게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IT시장에서 각 업체들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용화되기 전의 제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숫자보다 별명이 더 기억하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경쟁사를 의식해 일부러 엉뚱한 코드네임을 붙이기도 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달 말 출시하는 차기 모바일 '윈도폰7.5'의 이름을 '망고'로 정한 것도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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