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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심에 위치한 경찰서·세무서 등 공공청사 부지를 포함한 국유지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쓸 곳은 많은데 곳간은 비어 있는 나라 살림살이의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 국유지 가운데 유휴지거나 도심에 있지만 노후화해 활용도가 낮은 건물과 부지를 개발하면 적지 않은 재정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유지가 비어 있는 나라 곳간을 채울 새로운 마중물로 떠오른 것이다.
국유지는 지난 2013년 말 현재 539만필지(2만4,240㎢)로 전체 국토 면적의 24%에 달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난 20여년 동안 개발이나 활용보다는 유지·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국유지 관리의 패러다임이 기존 유지·보존에서 개발·활용으로 일대 전환되는 것이다. 재정난에 정부가 직접 디벨로퍼로 변신해 국유지에서 노다지를 캐는 셈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가가 보유한 유휴부지를 정부가 활용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만한 사항"이라며 "특히 공공기관 부지 등은 위치가 좋기 때문에 정부가 임대수익을 올려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유지 개발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위탁개발의 활성화다. 캠코가 공사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건물과 시설이 준공되면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방식이다. 정부는 캠코의 공사채 발행을 통한 부채비율 상승 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캠코는 2004년 위탁개발제도를 도입한 뒤 '나라 키움' 브랜드를 달아 2005년 남대문세무서를 시작으로 총 11건의 국유지 개발사업을 완료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존에 898억원가량이었던 이들 국유지의 시장가치는 사업완료 뒤 2,511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정부가 개발을 적극 검토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가 위치한 중구 신당동, 광화문 적선동 부지는 서울시내 알짜 중의 알짜로 꼽힌다. 위치가 좋아 개발 수요가 많은 금싸라기 땅으로 건물을 새로 지어 층수를 높인 뒤 관공서를 들이고 나머지 공간에서 임대사업을 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유지 개발을 대폭 늘리는 상황에서 캠코를 통한 위탁개발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유지개발목적회사(SPC)의 재무적 투자자(FI)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적극 끌어들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또 대규모 국유지 개발을 위한 재원조달을 위해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행 민간투자법에서는 민자 개발이 가능한 시설을 도로·철도·항만 등 49개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경찰서·우체국 등 공공청사 신축 등 민자사업 활성화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면 국유지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지 개발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필수다. 정부가 보유한 국유지의 15%가량을 지자체 등이 무단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허락 없이 사용되는 국유지의 경우 아예 지자체에 매각하거나 대가를 받을 방침이다. 결국 정부의 국유지 개발을 통한 재정마련 계획이 순항하려면 지자체 설득 및 재원마련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재정이 여의치 않은 만큼 국유지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국유지의 특성인 공공성을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는 측면에서 수익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