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에 대한 이견으로 법정관리 위기까지 몰렸던 LG카드 사태가 국민은행이 조건부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LG카드가 8일부터 사실상 유동성 부족사태에 빠지는 절체 절명의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민은행이 막판에 `사실상의 단독관리`라는 방안을 제시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일단 사태 해결에 접근해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공동 관리`로 밀어 부치던 정부와 `책임 관리`를 주장해 온 국민은행 간의 명분 싸움은 국민은행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주장대로 타결이 될 경우 16개 채권은행 및 보험사가 공동관리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되 산업은행이 추후 발생할 경영상의 문제나 유동성 부족을 모두 책임질 수 밖에 없어 국민부담(세금)으로 부실기업을 살린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유동성 문제 등을 책임져야 할 LG그룹의 협조도 쉽게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더욱 부담스럽다.
◇국민은행 “정부와 LG그룹이 책임져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이날 공동관리 참여를 전제로 내세운 조건은 일단 유동성 지원에는 나서되 그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단독관리를 맡게될 은행과 LG그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단독관리를 맡을 은행은 현실적으로 산업은행 밖에 없다는 관측이지만 `산업+우리은행`이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초 산업은행의 지분비율을 당초 22%에서 3분의 1(33.3%)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25% 정도로 절충되고 있다”고 밝혀 정부측과 막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방안이 관철될 경우 사실상 산업은행이 모든 걸 책임지되 국민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채권은행은 초기 지원에만 참여하고 그 이후는 완전히 손을 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제안을 전체 채권단 회의에서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수용한다면 그것(국민은행 방안)도 대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긍정적인 반응을 표명했다.
◇금융당국 “긍정검토…LG그룹과 협의하겠다”= 금융당국은 이날 김 행장의 제안에 대해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높이고 산업은행과 LG그룹이 추가 유동성 문제를 책임지는 선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카드를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LG그룹이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LG그룹측은 “작년 말의 2,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추가로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개인 대주주와 ㈜LG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추가적인 유동성 부담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문제는 정부와 채권단에 LG그룹의 현실적인 추가지원을 끌어낼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금융기관들이 이 같은 방안에 모두 동의할 지 여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단독 관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행 역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국책은행이라고 해도 LG카드와 같은 엄청난 부실 금융기관 처리를 단독으로 맡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가장 큰 변수인 국민은행이 합의의사를 밝힌 데다 향후 추가 유동성 지원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만큼 결국은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