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고증가 “아직도 거품성장”/1분기 GDP 5.4% 성장

◎경공업 7분기째 마이너스 계속/통신업만 21.8% 고성장 “눈길”1·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1·8%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꼈던 위기감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연구기관들이 1·4분기 성장률이 5.0%를 넘기 힘들 것으로 봤던데 비하면 예상밖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5.4%로 잠정집계된 1·4분기 성장률에서조차 의외로 거품이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재고증가에 따른 거품성장」으로 분석했던 지난해 상황과 비교해 나아진게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해야할 제조업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제조업의 재고증가율은 지난해 2·4분기 21.1%를 정점으로 하락, 4·4분기에 14.7%까지 떨어졌지만 올 1·4분기 중에도 여전히 높은 13.9%에 머물고있다. 한은이 당초 기대했던 1·4분기중 제조업 재고증가율은 8∼9% 수준이었다. 이 수준으로 낮아져야 제조업의 재고조정이 일단 마무리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게 한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생산은 계속 늘렸지만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아둔 물량이 계속 늘었고 이는 곧 체감수준보다 훨씬 높은 5.4% 성장으로 나타난 셈이다. 우선 경공업은 95년 3·4분기이후 7분기째 마이너스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감소폭도 커져 1·4분기중 5.0%나 감소했다. 적어도 재고조정문제는 해결됐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중화학공업 성장률은 전분기 12.1%에 이어 8.7%로 나타나 하락폭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거품이 도사리고 있다. 높은 수준의 재고증가율은 바로 경기변화에 대응하는 몸놀림이 둔한 중화학공업이어서 생산과잉과 그에 따른 재고누적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얘기다. 설비투자나 건설투자의 감소세 반전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특히 전분기 13.7%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1.2% 감소로 돌아섰지만 92년과 93년초 경기저점을 통과할 당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최고 12.4%까지 감소한 전례에 비춰 큰 문제는 아니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건설투자를 이끌어왔던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는 철도, 도로, 상하수도 등에 대한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전분기의 10.0%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3.4% 증가에 그쳤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건설업 성장을 이끌어온 토목건설과 정부부문 건설의 성장률이 급락했다. 건설투자 부진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경기침체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지속한 업종은 통신, 서비스, 금융보험업. 95년 이래 매분기 20%이상 성장해온 통신업은 1·4분기에도 이동통신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21.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금융보험업의 성장률도 전분기보다 2.5%포인트나 상승한 9.7%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증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직도 과소비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지표상으론 소비증가세가 완연히 꺾인 모습이다. 1·4분기중 민간소비 증가율은 GDP성장률보다 1%포인트 낮은 4.4%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증가율이 GDP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과소비의 주범으로 지목된 냉장고 TV 승용차등 내구재 소비가 2.1% 감소를 나타낸 점이 두드러진다. 6%대에 머물던 의류 신발등 준내구재의 소비증가율도 5.0%로 떨어졌고 지난해 1·4분기 총선을 앞두고 6.8%나 증가했던 정부부문의 소비는 4.6% 증가에 머물렀다. 팽동준 한은 조사2부장은 『경기저점 부근에서 5.4%의 성장률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2년 3.4분기부터 93년 1·4분기까지 성장률은 3%대에 머물렀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지않다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거품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빼내야 할 거품이 그만큼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손동영> □1분기 GDP 5.4% 성장… 전문가 진단 ◎곧 경기저점 통과 예고/엄봉성 KDI 선임연구위원 금년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5.4%로 크게 낮아진 것은 이미 예견됐던 사실이다. 성장률이 5%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은 다소 고무적이라 하겠다. 1·4분기 실적을 볼때 이번 경기하강의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15%대의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의 엔화강세에 힘입어 하반기에 가선 수출회복이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생산과 재고동향, 그리고 각종 경기관련지수의 움직임은 우리경제가 곧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상의 경기회복이 곧 체감경기의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입 교역조건의 악화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전년에 비해 70%이상 나빠지고, 경기침체에 따라 실업자가 70만명을 넘어섰고, 소비위축으로 인해 백화점 등 유통업체와 음식숙박업체들이 매출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체감경기의 불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인플레없는 경기상승을 지속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설비투자 위축 등 우려/정순원 현대경제연 선임연구위원 97년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체감경기와 지표경기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준다. 금년 첫분기 성장률은 그만큼 예상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5%대의 성장률이 과거의 불황기와 비교하여 그리 낮은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용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 첫째, 성장기여도면에서 볼 때 5.4%의 성장률은 수입감소에 힘입은바 크다. 수출은 지난해 4·4분기 18.5%에서 15.2%로 3.3%포인트 감소한 반면, 수입은 17.6%에서 8.8%로 반감했다. 한편 수입의 감소가 설비투자의 위축에 의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1·4분기 경제성장은 매우 부실하다. 둘째, 민간소비가 경기변동의 완충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출위주의 성장체질인 우리 경제에 있어서 수출이 부진할 때에는 내수가 이를 보완해 주어야 한다. 소비는 특성상 경기후행성이 있는데 호황뒤의 소비부진은 그만큼 체감성장률이 낮다는 뜻이다. 셋째, 설비투자의 위축으로 잠재성장 능력의 저하가 우려된다.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1.6% 감소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급한 회복기대 금물/최공필 금융연 연구위원 97년 1·4분기 국내총생산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위축 국면에 속해있음을 나타내지만 연초의 파업·부도사태에 비추어 그 위축정도는 비교적 완만하다. 우리경제는 96년의 교역조건 악화와 엔저에 따른 충격요인을 지금까지 생산보다는 소비와 투자조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소비위축은 기업이윤 급감과 현금흐름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출혈생산을 지속함에 따라 소득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거의 경기위축기와는 달리 생산보다 소비의 조정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소위 체감경기는 수치와 큰 괴리를 보이면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1·4분기에 나타난 여러 수치는 대외충격에 대해 취약한 우리경제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규모와 노동 및 금융시장의 경색국면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지출수준의 하향조정은 적어도 97년 상반기중 지속될 전망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엔고의 기미가 보이면서 수출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그러나 성급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노동·금융부문의 시장기능확충을 바탕으로 대외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의 구축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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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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