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데스크 칼럼] 기관화장세와 주가 널뛰기

金聖泰 부국장겸 증권부장 /STKIM@SED.CO.KR요즈음 증시가 시냇물이 홍수를 만난듯 요동을 치고 있다. 이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최고 50포인트이상 급등락을 거듭하며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등 사상초유의 널뛰기장이 이어지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 주가의 3분의1에 가까운(30%) 진폭으로 상. 하한가가 교차하는가 하면 일이십분사이 종합지수가 20~30포인트씩 출렁거려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고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이같은 주가급등락은 세계2위 규모로 급성장한 선물시장의 이상기류와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매수 스폿펀드의 소나기식 조기상환및 설정 등의 영향이 컸다. 또 세계증시 동조화에 따른 해외 변수요인의 리얼타임 반영 상하한가 폭 확대(각15%)및 일반투자자들의 뇌동매매 성행 인터넷 사이버거래 증가 등도 한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널뛰기장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말이후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기관화장세에서 찾을 수 있다. 블루칩 등 일부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한 일방통행식의 장세주도와 내재가치나 실적과 관계없는 중소형주및 대중주의 철저한 소외, 이에따른 업종. 종목간 주가 불균형및 부익부 빈익빈현상의 심화 등도 기관화장세와 무관치 않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의 머니게임에 가까운 과도한 투자행태는 주가흐름을 단절, 왜곡시키고 투자분위기를 불안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전문인력을 등에 업은 투신, 외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가총액 250조원규모의 국내증시가 춤을 추며 놀아날 정도로 기관투자가들이 공룡화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일때마다 이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올들어 증권시장의 활황은 투신과 외국인이라는 국내외 양대 기관투자가에 의해 이끌려왔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기관화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단군이래 처음겪는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주식 간접투자상품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이 유입되면서 기관화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채권, 그것도 회사채는 미덥지 못해 나라가 보증한 국공채만 사던 얼굴없는 거액전주들이 싼이자를 견디다 못해 주식쪽으로 발길을 돌릴정도다. 알부자로 소문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개성상인이나 사채업자는 물론 일반투자자·은행·보험·연기금·농협 등과 기업들의 여유자금까지 주식형 수익증권및 뮤추얼 펀드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들어 6개월 남짓한 사이 뮤추얼펀드, 단위형 은행금전신탁을 포함한 주식관련 간접상품에 무려 30조원에 이르는 돈이 새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투신의 주식형 수익증권에만 한달에 3조5,000억원 이상의 돈이 몰리면서 공사채형을 포함한 투신의 총수탁고가 이날현재 250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700조원으로 추정되는 개인보유금융자산의 3분의1을 웃도는 규모로 대한민국의 뭉칫돈이 모두 투신권으로 몰려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기관투자가하면 증시활황을 이끄는 견인차로 인식돼 왔다. 루머나 분위기에 휩싸인 비합리적인 단기투자보다는 재무제표 등 기업내재가치에 근거한 과학적인 장기안정투자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투신등 기관들은 장세안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주도권 장악이나 자사펀드의 수익률제고 등을 위해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관들이 아무리 합리적인 장기투자를 하고 포트폴리오 구성상 한전·포철·SK텔레콤·한국통신 등 빅5를 중심으로한 블루칩의 대규모편입이 불가피하다고는 하나 특정종목에 대한 지나친 편중매매나 머니게임식의 투자행태는 주가급변을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관선호주인 블루칩의 주가급변은 종합지수는 물론 선물시장과 프로그램 매매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장주도주 중심으로 운용되는 스폿펀드도 장세를 불안케 하고 있다. 주가급등시 목표수익률 조기달성과 함께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엇다가 곧바로 재설정하면서 단기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관화 장세에 익숙치않은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뒤늦게 투신이나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을 따라잡았다가 과열분위기만 조장하고 결국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또 기관선호종목 강세로 소외당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다가 코스닥, 관리종목투자에 뛰어들면서 이들 종목의 과열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재벌계열 초대형펀드들의 자금독식, 계열사 자금지원에 따른 경제력 집중이나 주가관리 등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주식형펀드가 일시에 대규모로 설정되면서 블루칩 등을 중심으로 주가폭등을 불러왔듯이 만기상환도 집중돼 특정종목의 주가폭락등 증시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 투신권으로의 자금유입이 크게 둔화될 경우 매수기반 약화및 특정종목에 대한 매수세 감소, 매물압박 등으로 주가흐름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이제 기관투자가들은 고객이 맡겨놓은 펀드의 수익률제고도 중요하지만 막강해진 영향력만큼 간접투자 유도와 시장안정을 통한 자본시장의 균형성장, 선진증시로의 질적도약을 위한 첨병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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