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숙한 시민의식, 의연한 경제

사실 서해상에서의 교전은 충격이긴 했지만 이 사태가 확전되거나 오랫동안 계속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보아 왔듯 생필품 사재기 소동은 어느정도 예견된 시나리오였으며 낯 뜨거운 추태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마켓 등은 의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평소 수준이었으며 사재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은행창구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만성적인 안보불감증으로도 풀이하고 있으나 「경제성숙에,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보는 편이 한층 더 정확한 진단일 것같다.결국 국민들의 의연한 자세가 경제에 대한 충격을 작게 해 준 셈이다. 증권시장의 주가 낙폭도 그리 크지 않았고 외환시장에서의 원화값은 오히려 4원이나 올랐다. 사건발생 다음날인 16일의 주가는 무려 25.81포인트가 오른 829.53으로 마감됐으며 환율도 강세를 유지했다. 만약 지난날과 같은 패닉(PANIC·공황)현상이 전국적으로 빚어졌더라면 외신들은 이를 부풀려 보도했을 것이고 세계는 한국에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든 우리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이번 남북한간의 교전사태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층 다행스러운 것은 외국인 투자가들도 투자자금을 유출하는 징후가 보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바이어들에 대한 영향도 미미한 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은 오히려 정부의 공공기관과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다. 교전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진정국면에 들어서게 된 것은 천만 다행이다. 여느 때와 다른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극심한 식량난으로 세계의 원조에 기대고 있는 어려운 경제사정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근저에는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을 조금이라도 변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햇볕정책」은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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