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테헤란·대덕밸리 불밝힌채 새해맞이

테헤란·대덕밸리 불밝힌채 새해맞이 올해는 우리경제가 개혁을 마무리 하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금융ㆍ기업구조조정 및 4대개혁을 마무리 짓고 고부가가치의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 하루빨리 재편해야 할 명제를 안고 있다. 이제 우리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주역은 정부도 대기업도 아니다. 벤처기업들이 풀뿌리 같은 자생력으로 하나 둘 성공신화를 만들어 갈 때 우리경제의 수레바퀴도 힘차게 돌아갈 수 있다. 새해 우리경제의 희망1번지 테헤란밸리와 대덕밸리를 찾았다. ◇테헤란밸리의 성장엔진은 꺼지지 않았다 구랍 30일 밤10시께 서울 강남 역삼역 근처의 한 음식점. 30대 초반의 1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점점 점점 고조되는 대화에 빠져 차려진 음식이 식어가는 지도 몰랐다. 이 자리는 인터넷 배너 솔루션업체인 넷츠데이커뮤니케이션(www.netsday.com) 직원들의 조촐한 송년회 자리였다. 지난해 12월 '배너광고 삭제ㆍ교체 프로그램'을 정식 출시한 이 회사는 새해를 맞아 어느 회사보다 희망에 차있다. 1월부터 본격 마케팅에 들어가기 위해 직원들은 이미 연말ㆍ연초의 휴일을 반납했다. 이날도 송년회를 서둘러 끝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 회사의 노승훈 실장은 "99년 5평짜리 쪽방에서 시작해 지난해 첫 제품을 출시하고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진 않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란 각오로 뛰고 있다"면서 "직원모두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지금 닷컴 위기론이 팽배해 있지만 결국 벤처는 5개중 1개만 살아 남아도 높은 생존률"이라며 "5개중 1개가 되기 위해 기술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데 온 몸을 바치고 있다"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벤처벨리 사람들에게 밤과 낮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집이 사무실이 되고, 사무실이 집이 된지 이미 오래다. 사무실 한구석에 야전침대는 기본이다. 사무실 근처에 잘 곳을 따로 만들어 놓은 벤처기업도 적지 않다. 이날 밤도 신년연휴를 맞아 스키장이며 해돋이 관광을 떠나느라 고속도로는 밀리고 도심은 텅 비어 있었지만 테헤란밸리의 빌딩들은 대부분 불을 훤히 밝힌 채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벤처홍보대행사인 벤처피알의 이백수 실장은 "사실 거의 모든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려 심지어 자기기업을 인수해 달라고 같은 업종의 회사에 매달리는 업체도 적지않다"면서 "그러나 오늘 훤하게 불 밝힌 테헤란거리를 다시 보니 새해에는 우리경제가 다시 일어설 것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그곳에 뛰어들 무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것처럼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테헤란밸리 벤처인들의 소리없는 함성이 귓전에 울려 퍼진다. ◇용틀임하는 대덕밸리의 새해 꿈 얼마남지 않은 2001년을 향해 시계바늘이 미끄러지는 30일 밤11시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 벤처기업 협동화단지내 ㈜젠포토닉스 연구실. 연구원들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나고 있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폴리머를 활용해 파장분할다중방송(WDM) 광통신망의 핵심부품인 8채널 파장 라우터의 개발에 성공, 미국진출을 눈앞에 두고있는 직원들은 올해 세계시장 점령 가능성에 다시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 회사 황월연박사는 "1년여 동안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을 연구에 바쳤다"며 "올해에는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일만 남아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실 대덕밸리는 성공벤처를 양산할 최적의 벤처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이 10여곳에 이르는 등 스타벤처의 싹을 틔우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는 대덕연구단지가 단지 연구기능 집적단지가 아니라 연구성과를 산업화하는 산ㆍ학ㆍ연 복합단지로의 질적변신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다양한 색깔도 대덕밸리의 강점이다. 이곳 벤처기업들은 정보통신분야 뿐 아니라 생명연ㆍ화학연ㆍ원자력연 등 여러분야의 연구소가 한곳에 몰려있어 벤처기업들도 생명공학ㆍ영상ㆍ정밀화학ㆍ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서구 월평동 아파트형 공장에서 창업한 ㈜위월드(대표 박찬구)도 임직원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반납한데 이어 새해 첫날을 회사에서 함께 시작하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 모두는 새해에는 무엇인가 확실한 일을 벌이기 위해 단 1초라도 헛되이 쓸 수 없다며 겨울추위를 녹이고 있는 중이다. 20여개 벤처기업이 미래의 꿈을 가꾸고 있는 대전시 중소기업지원센터내 벤처기업 ㈜지란지교소프트. 지난해초 증권회사 등 각급 기관으로부터 가장 유망한 벤처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으나 벤처침체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이 회사 임직원들도 지난해의 역경을 극복한 여세를 모아 올해는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다시 한번 밤을 새우며 땀 흘릴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박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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