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상상력 필요한 박원순 2기


"그동안 많이 쉬셨지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6·4지방선거를 마치고 시청사로 다시 출근하면서 직원들에게 건넨 첫마디다. 2주 정도 자신이 선거로 나가 있는 사이에 시 공무원들이 업무에서 해방돼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컴백하게 됐으니 예전처럼 다시 열심히 일해보자는 취지였다.

부지런한 박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 시장은 과거 영국과 미국 등서 연수하며 보고 들은 기억들을 서울시정에 끊임없이 반영하며 변화시켜 왔다. 박 시장 특유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직원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지만 1기 시정 때 어김없이 반영돼 시민편의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성과들이 지난 선거에서 5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표출됐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 분야에서는 박 시장의 상상력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영동권 등 도심 5개 권역 개발 등 100여개의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행정 분야와 같이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박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경제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라며 "외부의 훌륭한 경제전문가를 잘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나름 긍정평가를 해왔다.

이 때문에 정무부시장 자리에 경제에 해박한 인물로 파격 발탁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했다. 박 시장 말대로 경제부시장직을 신설하면 좋은데 정부가 정원을 틀어쥐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경제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정무부시장에 앉히는 상상력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정무부시장이 정당이나 대외의 조율을 위해 필요한 자리기는 하지만 서울의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역발상도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파격은 없었다.

투자유치를 포함해 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제진흥실도 외부 전문가에 대대적으로 개방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서울의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데 박 시장은 가만 있으라고만 한다"며 줄기차게 공격을 받았다. 실제 미국의 컨설팅사인 AT커니가 최근 발표한 '2014년 글로벌 도시지수'에서 서울은 84개국 가운데 12위를 차지했다. 2년 전에는 8위였다. 서울이 밀려난 자리에는 베이징과 싱가포르가 비집고 들어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EIU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했는데 서울은 지난 2009년 58위를 차지한 후 6년째 58위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140개 도시 중에 58위면 잘한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만년 58위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같은 답답함을 벗기 위해서라도 박 시장 특유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이제는 경제회복에 맞춰 져야 한다. 공무원들의 뻔한 계획을 뛰어넘는 '플러스 알파'의 상상력만이 서울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김홍길 사회부 차장 what@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