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에서 잘못된 사실과 수치를 수차례 인용해 눈총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춘 등에 따르면 잡스는 아이패드2에 대해 "듀얼코어를 탑재해 대량생산된 첫 태블릿PC"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ㆍ2월 출시된 델의 '스트릭7'과 모토로라의 '줌'에도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다며 오류를 지적했다. 포춘의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인 세스 웨인트롭은 "잡스 CEO가 '대량생산'이라는 말을 너무 주관적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비꼬았다.
잡스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관련해 이미 정정된 바 있는 '오보'를 인용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잡스는 이날 발표회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전무는 1월 삼성전자 실적발표회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판매가 매우 순조롭다(quite smooth)"라고 말했으나 통역이 잘못돼 외신에는 '매우 적다(quite small)'로 보도됐고 곧 정정됐다. 하지만 잡스는 정정보도를 참고하지 않은 듯 잘못 보도된 이 전무의 발언을 그대로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포브스의 IT 칼럼니스트인 엘리자베스 워익은 이에 대해 "아이패드가 경쟁 제품들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인용은 옳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잡스의 잘못된 '현실인식'을 지적했다. 이날 잡스는 "지난해 아이패드가 태블릿 시장의 9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2,000만대 안팎이며 아이패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 사이 1,500만대가 팔렸다. 또 아이패드는 9개월 동안 판매됐지만 갤럭시탭 등 경쟁제품이 더 늦게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박이다. 웨인트롭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전자책 단말기 '킨들'까지 합치면 아이패드의 시장점유율은 50%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잡스는 아이폰4의 안테나 부분을 손으로 쥐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데스 그립(Death grip)'과 관련해 "모든 스마트폰에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경쟁자인 구글에 대해서도 "이용자 수치를 부풀리는 것 같다"는 등의 실언을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