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감사 결과 공단이 지난 2000년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주식투자를 하는 바람에 1,24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주가가 장부가격의 25% 이하로 떨어질 경우 손절매를 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55개 손절매 대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64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밝혔다.
공단은 또 코스닥 전용펀드에 1,200억원을 투자하면서 기금운용본부장 독단으로 투자위험이 큰 장외시장 종목을 10개나 펀드에 편입함으로써 600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2000년의 주식시장은 대세 하락기여서 대부분의 보유종목이 장부가 대비 30% 이상 하락한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기준대로 손절매를 시행했다면 보유종목수의 94%를 팔아야 해 기금의 장기투자 원칙에 어긋나는 결과를 빚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코스닥 운용손실과 관련해서는 투자액 1,200억원 중 장외종목 투자는 98억원, 손실액도 40억원 규모일 뿐 대부분은 등록종목에 투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단은 잘못된 투자로 손실도 봤지만 다른 종목에서 운용을 잘해 종합적으로는 1,200억원대의 이익이 발생했다면서 현재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9.7%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보험료수입 71조원과 운용수익 28조원 등 모두 99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운용하는 거대 기구다. 그 정도의 손실을 크다고 하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이익을 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연기금의 주식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종목선택이나 매매타이밍 보다 자산배분 전략이다.
자산배분도 미흡한데다 매매타이밍과 종목선택도 잘못됐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가 말해주는 것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패턴은 고위험-고수익 또는 저위험-저수익 보다 고위험-저수익 구조가 주조를 이뤄왔다.
그 같은 패턴은 지금도 상당부분 지속되고 있다. 연기금의 직접주식투자와 주식형 전용펀드의 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나 일반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익률 보다 낮았던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종목선택을 둘러싸고 불법과 비리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늘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도 안정기조를 확보하기 위해선 연기금의 투자가 활성화 돼야 한다. 공단의 기금운영위원회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을 현재의 6% 수준에서 2012년까지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규모의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효율성ㆍ독립성ㆍ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나타나 있듯이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증시상황이 어렵다 싶으면 으레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를 들고 나온다. 22일 발표한 증시대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보다 책임 있는 연기금 주식투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