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IR 다시 생각하자/김영만 미 한국상의회장(특별기고)

최근 우리의 경제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대기업 파산, 금융기관 부실, 해외신인도 추락, 해외차입의 어려움 등에 이어 급기야 해외자본시장에서 한국 자체를 못 믿겠다는 이야기까지 번지고 있다. 실로 심각한 금융위기상황이다.지난 94년 멕시코 위기당시 아르헨티나의 도밍고 카발로 재무장관은 뉴욕으로 직접 날아가 투자자들에게 정직하고 솔직한 국가정보를 제공,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정보투명성 필요 우리들에게 PR란 말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IR(투자자관계·Investor Relations)는 비교적 생소한 편이다. IR란 기업경영의 전략적 개념으로서 투자자들에게 해당 회사의 경영실적과 전망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한 금융마케팅 수단이며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이같은 IR가 개도국이나 신흥공업국(NICS)에 적용될 때 국가단위의 IR란 개념으로 발전한다. 이때 각국 재무장관은 회사의 재경본부장이나 사장과 동일한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투자자는 투자한 돈으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투자된 돈이 잘 돌아가고 있고 원리금 회수의 위험도가 어떤 수준에 있는가를 계속 알고자 한다. 투자자는 대상국에 대해 충성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위험수준에 따라 언제든지 투자대상국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IR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투자자를 주의깊게 가꾸고 가다듬어 조심스럽게 다룰 대상으로 보지 않는 나라들도 많다. 현재 국가적인 입장에서 IR를 가장 잘 수행하는 나라로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세계은행도 투자자들에게 지원대상국에 대한 IR를 매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러한 IR기회를 선호하고 있다. 제공된 정보가 해당국가에 불리하게 생각되는 경우라도 결과적으로 덕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94년 멕시코의 경우 외환보유액에 대한 정보가 더 정확했더라면 악성추측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페소화의 평가절하도 그리 심각하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설사 불리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본시장의 막강한 정보력으로 알려지게 마련이며 더욱 부정적인 해석이 붙게 돼 신용위험이 더 악화되는 것이다. ○실행계획 제시를 현재 멕시코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관련경제정보를 항상 최신의 것으로 수정할 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와 외환보유액에 대한 내용을 매주 발표, 최근에는 IR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R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보의 투명성이다. 확실한 정보내용은 물론 정보원까지 알려주고 정보 중에 있을 수 있는 결점까지도 알려야 한다. 정보의 신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재정에 관한 사항이나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용의 흐름까지도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IR에서 중요한 요소는 실행계획이다. 과거의 실수에 관한 해명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앞으로의 전략과 실행계획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한 정보와 실행의지를 갖춘 전략과 계획을 듣게 되면 금융투자자는 안심하고 투자자금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금을 증액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최근 브라질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내핍계획을 비교적 자세히 제시, 월가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율 인상, 공무원의 과감한 감축, 정부지출의 축소 등으로 브라질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없애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내년에도 제로 성장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경기후퇴까지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늦게나마 국가적 차원에서의 IR개념을 도입하고 가급적 빨리 투명성있는 정보와 전략,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나름대로 생각하는 투명성과 전략이 아니라 월가의 투자자들이 의심을 갖고 있는 각 부분을 인내심을 갖고 해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나가겠다는 전략을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시하고 실행의지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투자자의 확신은 투자 실행과 직결된다. 이스라엘과 아르헨티나가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국가차원의 IR를 한번쯤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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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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