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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지난달 25일 원ㆍ달러 환율 1,100원선이 깨질 때만 해도 여유 있던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원화절상 속도에 다급해졌다. 개입의 발언도 매우 세졌다. "하락 움직임을 부추기는 일부 딜러들이 있다(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발언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외환시장은 환율하락을 사실상 방치하던 정부가 갑자기 강력한 시장개입을 선언하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원화 움직임이 주요국 통화와 괴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3차 양적완화 이후 이미 3개월이나 됐다"며 "일부 은행이 환율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조장한다는 소문이 돌자 일종의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환율조장' 은행 정면조준=최근의 환율급락은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환율하락에 베팅한 수출업체가 달러화 매도를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올해 원ㆍ달러 환율 고점 1,185원50전(5월25일)과 비교하면 원화는 10%나 절상됐다. 최근에는 절상속도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가팔라졌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환율은 반대로 움직이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심리적 지지선이던 1,100원이 무너진 후 '정부가 1,100원선을 지켜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수출업체들의 실망매물이 많이 쏟아져나온 탓"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외국환은행 공동검사도 원화절상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는 일부 은행의 딜러들을 손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역외세력도 아닌 은행 딜러들이 달러 매도를 부추기는 것을 파악하자 시장개입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발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1,080원선이 깨질 경우 환차익을 기대한 투기세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차관보 역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정부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차익을 기대한 자본유입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며 "일종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어 이를 완화하거나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부터 선물환포지션 축소=이미 정부가 환율개입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상황에 적합한 구두개입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2일만 해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외환시장에) 개입할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은 20일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지만 바로 다음날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상황전개에 따라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시장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화의 절상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것은 9월 중순 양적완화 발표 다음부터 시작된 현상"이라며 "미국 대선을 의식해 정부가 시장개입을 등한시하면서 괴리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인데 이제 와서 1,080원은 안 된다고 갑자기 선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정부는 기존에 발표된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의 외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도입한 선물환포지션은 2011년 한 차례 축소된 적이 있어 올해도 추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현재 외은지점 200%, 국내은행 40%의 한도는 다음달부터 각각 150%, 30%로 25%씩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당장 동원되기는 어렵다. 현재 계약만기에 따라 ▦1년 이하 0.2% ▦1~3년 0.1% ▦3~5년 0.05% ▦5년 초과 0.02% 등이 부과되고 있는데 요율을 올리는 대신 은행에서 다른 업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채권투자과세 역시 국내 투자자와 동일하게 이자소득세(14%), 양도소득세(20%)를 내는 부분이라 손대기가 간단치 않다.
다만 토빈세 도입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 차관보는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자본 유출입을 늦추고 통제할 수단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자본시장 등 다른 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