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값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 중에는 고기 맛만 좋다면 이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소비가 이들에게만 한정된다면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앞두고 한우는 취약한 소비층에, 가격경쟁력까지 밀려 수입 쇠고기에 시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작년 9월 녹색소비자연대(상임대표 이덕승)등이 서울지역 20~60대 소비자 3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우쇠고기ㆍ수입쇠고기 소비자의식 조사’에서 ‘왜 한우 구매를 꺼리냐’는 질문에 대해 ‘가격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79명 중 228명으로 무려 61%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안동묵 영광목장 대표는 “한우 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지금은 수요 층이 한정돼 있어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현재 가격에서 7% 정도 하향 안정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 소비 층을 확대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는 품질 좋은 한우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또 업계 입장에서는 시장을 확대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해야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세계 이종묵 부장도 “현재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오른 경향이 있다”며 “외국산 소고기 수입 이후에도 고급육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최상급(1++) 한우의 경우 1㎏ 당 7만~8만원까지 내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FTA타결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장벽이 사실상 허물어지면서 미세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브랜드 한우 육성으로 국내산 소고기 고급화가 거의 완료되었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산지 시장에서는 이미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출하를 서두르면서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산지 한우 값은 두당 40만원 정도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은 호주산도 마찬가지다. 이재우 ㈜이티앤제우스 사장은 “호주산 쇠고기가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호주산 뿐 아니라 한우도 추석전에 10%이상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호주산의 경우 수입 규모도 크지 않고 단가도 비교적 높아 경쟁력이 없었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가격 경쟁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 이종묵 부장도 “호주산과 달리 미국산은 지방육의 형태로 부위별 수입이 가능한데다 맛과 품질도 한우에 가장 근접해 시장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이 한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을 하면서도 시장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와 관련 신세계 이종묵 부장은 “고급육 소비자들은 한우로, 중저급육 소비자들이 미국ㆍ호주산으로 분산될 것”이라며 그 이유로 이미 한우가 고급육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을 꼽았다. 유재춘 축산기업중앙회 서울시지회장도 “브랜드 한우 육성으로 한우 고급화는 이미 이루어졌다”면서 “다만 고급육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한우업계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