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SOC 민간투자 유치하려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135조원의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SOC 사업 예산을 향후 4년간 약 12조원가량 삭감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25조원 규모의 SOC 예산이 4년 뒤인 2017년에는 30% 줄어든 17조원대로 축소된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의 중장기 성장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정부지출 감소로 민간자본 절실

복지공약 예산 마련을 위해 SOC 지출을 줄이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잡은 것이다. 모든 생산활동의 직접적인 비용을 낮춰주는 SOC의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감안할 때 시설투자 축소는 국민경제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중소업체에 큰 피해를 준다. 심지어는 경제성장률 및 세수기반의 위축으로 복지지출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의식해 정부는 경기회생의 돌파구를 민간자본 활용에서 찾고 있다. 십여년 전 IMF 위기 때와 같이 공공사업에 민자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충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다급해진 정부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등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 대형국책사업에 국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들 민자사업은 경제위기 극복에 한몫했음은 물론이고 오늘날까지도 높은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은행에서는 한국의 민간투자제도를 모범사례로 널리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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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또 한 번의 구원투수 역할을 요청 받고 있는 민간자본의 사업환경이 예전 같지 않아 과연 정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운영단계에 접어든 많은 민자사업이 높은 통행료와 혈세낭비 논란에 묶여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사업은 당초의 수요 예측이 크게 어긋나는 바람에 파산위험에 처해 있다. 민자사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약화돼 민간투자 촉진은커녕 오히려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앞으로 어떻게 민자제도를 끌고 갈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얼마 전에 정부의 정책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그 주요 내용으로 조기준공 인센티브의 연장, 총사업비 관리 강화, 사업재구조화, 부대사업 활성화, 대상사업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아무리 봐도 민자사업 활성화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런 정도로 민간투자 의욕이 되살아날지 의문이다.

금융지원 확대 등 특단대책 필요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만으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없으므로 서로 양보한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대상사업에 대한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경해 민간의 창의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기자본 비율을 낮춰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해지시 지급금을 변경해 금융약정을 수월하게 해줘야 할 것이다. 민자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해 투자위험을 분담하는 상생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민자사업 등 금융지원을 위한 인프라은행의 설립도 검토 가능한 사안이다. 이상은 몇 가지 사례이지만 시각만 바꾼다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무궁무진한 활성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수도권 제2 외곽순환도로, 제2 경부고속도로 등 꼭 필요하지만 재정의 한계 때문에 쉽지 추진하지 못하는 시급한 사업들은 많다. 재정전략회의에서 SOC 사업은 재정보다는 민자유치로 가겠다는 입장이 천명된 이상 민간투자사업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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