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은 개발시대의 국가경쟁력을 가름하는 기간산업이었다. 거대 자본과 시설을 필요로하는 철강산업은 민간에 맡기기 어려워 국가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점체제의 지위를 누리며 재벌형태로 성장,독과점 폐해를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철강산업은 1개 고로업체,13개 전기로 업체,148개 가공업체와 수천개의 고철 수집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독과점체제의 지위를 이용해서 경쟁원리를 무시하고 담합을 통해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했으며 유통까지 제한해 왔다는 것이다. 또 신규시장 참여를 막아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함으로써 자동차 조선 기계 등 관련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번 공정위의 칼날은 주로 포항제철을 겨냥하고 있는 것같다.포철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 계열사가 17개에 이르는 재벌형태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시장경제시대인 것이다.시장경제는 경쟁체제를 전제로 한다. 경쟁을 통해서 국가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의 폐해을 없애고 진입장벽을 해소하는 일은 당연하다. 재벌들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때와 맞물려 무리없는 조치로 받아들여 진다. 재벌 개혁과도 상응한 조치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업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 있다.미국 일본 등은 구조조정을 일찌감치 단행하여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개도국은 저가 공세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이럴 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독점체제를 해소하고 신규진입을 허용해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 뿐이다.
특히 통상 마찰요인의 해소 차원에서도 철강업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한미정상회담에서까지 거론할 정도로 압박을 가해오고 있는 분야다. 따라서 철강업의 경쟁체제는 통상마찰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신규진입을 자유화 했을 경우 과잉 중복투자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과잉 중복투자로 홍역을 앓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철강업까지 같은 양상을 빚게된다면 새로운 위험을 맞을 수도 있다.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은 한보철강을 빼놓고 논의될 수 없다. 한보철강 그 자체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한보를 제외한 구조조정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불씨는 그대로 남겨 두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