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기술성 및 경제성 부정적 평가<br>위험부담 요인 많고 효과도 자신할 수 없어
| 참여정부 당시 국방부와 공군은 1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 차세대 전투기 개발(KFX; 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을 추진해 왔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국산 첨단 전투기 120기를 제작해 한반도 영공을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이 야심찬 사업은 현재 결론이 유보된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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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사업, 추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KDI 기술성 및 경제성 부정적 평가위험부담 요인 많고 효과도 자신할 수 없어
참여정부 당시 국방부와 공군은 1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 차세대 전투기 개발(KFX; 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을 추진해 왔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국산 첨단 전투기 120기를 제작해 한반도 영공을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이 야심찬 사업은 현재 결론이 유보된 상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참여정부 당시 국방부와 공군은 12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한국 차세대 전투기 개발(KFX; 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을 추진해 왔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국산 첨단 전투기 120기를 제작해 한반도 영공을 지킬 수 있게 한다는 이 야심찬 사업은 현재 결론이 유보된 상태다.
KFX 사업의 지속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 공군이 언제까지고 미국 무기를 가져다 쓸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게 군사무기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자체적인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KFX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위험부담 요인이 너무 많고 효과도 자신할 수 없는 상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변국 전투기에 대한 견제력
KFX는 과연 주변 강대국 전투기들을 견제할 능력이 있을까? 일본은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22 랩터를 수입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자국산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중이다. 중국도 J-12, J-13 프로젝트가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일본은 현재 100기의 F-22 랩터를 수입하려고 하지만 미국의 수출 금지법으로 인해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출 금지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2020년까지 기다리고 있다.
기술력이 상당한 일본마저 자국산 전투기 개발보다는 F-22 랩터 도입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F-22 랩터의 강력한 전자장비로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미사일을 무력화시키고 공중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전면전이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양국의 전투기 100기가 공중에서 교전했을 때 일본 전투기가 중국 전투기 100기를 모두 격추시킨다고 해도 40기를 잃는 경우, 즉 60%의 승률을 갖는 것도 불안하게 생각한다. 중국 전투기의 수적 우세 때문에 결국에는 패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하지만 F-22 랩터라면 90% 이상의 승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만큼 중국 전투기의 수적 우세를 커버하기 위해 F-22 랩터 도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 공군이 12조원을 들여 KFX를 도입한다면 적어도 이들 주변국 전투기들에 대한 견제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KFX의 스텔스 능력 의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목표는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라팔 전투기에 비해 뛰어나지만 F-35 라이트닝Ⅱ 보다는 낮은 스텔스 성능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F-35 수준의 스텔스 성능이 아닌 경우 적 전투기나 조기경보기, 그리고 지상레이더에 의해 포착되는 것은 매일반이다.
실제 호주 군사자문기관은 F-35의 경우 일본 등이 보유하고 있는 조기경보기의 탐지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공군이 최근 도입 중인 Su-35 전투기의 레이더에도 포착될 수 있다.
그런 만큼 F-35를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라고 할 수 없다. 하물며 이보다 낮은 성능의 KFX를 스텔스 전투기라고 하기는 더욱 어렵다. 단지 레이더 반사 신호 수위가 낮은 전투기(low-observable)라고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렇다면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기술은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마저도 아직 없는 상태다.
F-35의 성능 역시 최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 F-35는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이나 중국이 보유한 S-300 시리즈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F-35는 미국이 순항미사일이나 무인전투기, F-22 랩터로 초기 공격을 수행해 적의 주력을 제거했을 때 효력을 발휘한다. 비교적 낮은 위협 무기인 중ㆍ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나 Su-30, Mig-29 이하 기종의 전투기들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
개발 기간의 비현실성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경우 10년간 기술실증기를 제작ㆍ운영해 보고 난 후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됐다. 비록 F-15K 구매로 인해 기술이전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 T-50의 제작 경험만 믿고 곧바로 F-35에 가까운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미국의 경우 U-2 정찰기와 B-1 폭격기를 거쳐 F-117, F-22 랩터, F-35 전투기를 만들어 냈다. F-117이 초기 비행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 20여년이 지나서야 F-22 랩터가 미 공군에 도입된 것.
1991년 제1차 걸프전쟁에서 스텔스 폭격기의 위력을 목격하고 뒤늦게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나선 러시아마저 이렇다 할 스텔스 전투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KFX를 10년 안에 개발부터 시작해서 120기까지 양산하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적다. F-22 랩터도 1990년 초중반 기술실증기가 처음 비행한 이후 거의 10년간 시험비행을 거쳐 양산이 이뤄졌다.
KFX 사업을 지금 시작해서 120기를 양산하려면 빨라도 15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면 2009년부터 시작하더라도 2024년이 돼야 끝난다. 한국은 그렇게 느긋하게 사업을 추진할 상황에 있지 못하고, 예산상의 여유도 갖고 있지 않다.
설계 능력 확보도 관건
스텔스 전투기는 외형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중요하다. 레이더 반사를 대폭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전투기를 정면에서 봤을 때 엔진 흡입구 속에 드러나는 엔진의 팬을 가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진 흡입구를 S자 형태로, 그리고 전투기 기체 내부로 휘어지게 디자인해야 한다.
이때 내부 공간 설계상에서 많은 제약들이 발생한다.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사일마저도 기체 내부에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무장창을 설치하려면 설계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또한 이런 설계는 내부에 탑재해야 할 연료 공간도 줄어들게 하기 때문에 전투기의 행동반경 역시 작아진다.
하지만 이런 난관들을 고려해 설계할 경우 전투기의 중량이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전투기 내부 소재 제작기술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중량 초과는 전투기 단가를 급상승시킨다.
이 같은 모든 통합적 요소들에 대해 기술적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어야 진정한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가진 기술력으로는 KFX가 F-15K 만큼 몸집이 커져야 F-35 정도의 내부 무장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KFX가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라팔 정도의 전투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F-35 수준의 전투기를 개발하려면 후속으로 KFX-2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특히 KFX와 같은 전투기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연구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 숫자로는 불충분하다. 해외 주재 연구원, 국내 항공기업 연구원들을 전부 다 끌어 모으더라도 숫자가 부족하다.
실제 비용과 예산 사정
지금까지는 미국이 한미 연합군의 통제권을 쥐고 있었지만 조만간 한국 정부로 이양될 예정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은 미 의회의 승인 없이 먼저 한국에 군사무기를 조달할 수 있지만 통제권이 이양되고 나면 미 의회의 승인이 먼저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첫 1주일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약 2주~1달 동안 해외의 지원이나 UN의 중재가 있기 전까지 버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이 때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공군력이다.
ADD에서는 양산비용 5조~7조원을 제외한 개발비는 5조원이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해외 항공회사들은 KFX가 성공하려면 5조원의 두 배, 또는 세 배의 개발비가 소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이 같은 전망의 중간치에 맞춰 10조원의 개발비가 들고, 그 중 30%만 공군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해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국방비가 전체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다른 군사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5조~7조원에 120기의 KFX를 양산할 수 있다는 주장도 회의적이다. 5조~7조원 정도의 양산 비용은 10년 정도의 기간에 개발에서 양산까지 마친다는, 여태껏 항공 역사상 전례가 없는 초단기 기간을 염두에 두고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 여건상 10년 이상 개발이 진행되고, 초기 양산 30~40대에서 기체 또는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견되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사업 지연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5조~7조원의 양산 비용은 순수한 기체 단가만 이야기한 것이고, 예비용이나 수리용 부품 등의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양산 비용은 1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해외 합작의 문제점
F-35보다 비싸지만 성능은 못한 KFX 도입에 공군의 전투기 도입 예산 대부분을 쓰게 되면
이는 곧 한국 공군력의 약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F-35가 KFX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체며, 도입 비용 역시 저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ADD는 해외 파트너 기업들을 찾고 있다. 해외에서 30% 정도만 투자해 준다면 KFX 사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개발비는 줄어들지만 양산할 때 비용이 추가된다.
일례로 일단 120기를 양산했다고 치자. 하지만 당장 해외 구매 선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한국 공군이 5년 이상 KFX를 운용하면서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구매 국가 역시 안심하고 이를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120기의 KFX 양산이 종료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투기는 30년간 쓰는 장비이기 때문에 그 동안 부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이 유지돼야 한다. 타이어에서 각종 나사못 하나에 이르기까지 다 있어야 한다.
특히 양산이 중단된 기체를 해외에서 구매해줄 가능성이 없는 만큼 우리는 계속 생산라인을 유지해야 하고, 결국 생산라인 존속을 위해 KFX를 30대 이상 추가 생산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사업 포기 후유증 클까
ADD는 독자적으로 완전한 유인기체를 설계하고 통합하는 기술은 오직 KFX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A-50의 완성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나서야 판단할 문제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더 이상 유인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무인전투기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유인기체를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소프트웨어나 장비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 유인전투기를 만들어 내지 않는 이스라엘은 미사일, 무인기, 조기경보 시스템 등으로 많은 수출 이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이 F-35 수준의 전투기를 만들어 내려면 KFX에 이어 KFX-2 사업을 추진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유인기 설계가 항공기술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는 전술 데이터 링크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KFX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A-50에 통합시킬 수 있다.
단순히 미국 제품을 쓰기 싫다는 기술적 내셔널리즘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미국마저도 공중급유기를 미국의 보잉 기종에서 유럽 에어버스 기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독자적 항공 기술력 확보는 KFX가 아니더라도 스텔스 무인기나 A-50을 통해 꾸준히 추진될 수 있다. 다만 A-50 사업을 통해 충분한 기술력을 쌓으면서 비교적 예산 소모가 적은 기술실증기를 개발하는 것은 타협점이 될 수 있다.
만약 개발 주체들이 처음부터 소형 기술실증기 개발로만 가겠다고 방향을 잡았다면 KDI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결정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에 의해 내려질 것이다.
글_박수홍 자주국방네트워크 항공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