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구시계 5000만 시대] 2부 <3> 노령화가 의약산업 지형 바꾼다

"장수도 건강하게…" 실버세대 타깃 수술·간호 서비스 뜬다<br>진단·검사장비 수요 늘면서 제약사 의료기 시장 진출 증가<br>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도… 예방 중심으로 보건정책 전환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인 최모(74)씨는 최근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나이 들어 하는 수술이 망설여졌지만 컴퓨터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고 우주복 형태의 특수 수술복을 착용해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득에 안심하고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정기적인 방문간호와 재활운동 덕에 정상적인 걷기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인구 5,000만 시대를 맞아 의약산업이 노인을 타깃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5,000만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인 노인인구 증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만성질환 관리를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인가구 중 60세 이상 1인가구의 비중은 30%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1인가구는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9만5,000가구씩 증가해 전체 1인가구 증가분의 6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80세 시대에서 장수의 의미가 '오래 사는 것'이었다면 100세 시대에서 장수의 의미는 '잘사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의료와 제약산업은 노령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로 꼽힌다.

◇제약사들 의료기기 분야 속속 진출=노령 환자의 증가는 병원의 의료환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치료 효과 못지않게 안전성 등이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기술의 발달로 간단히 수술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서 질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었고 노인 마취기법이 발달해 수술 합병증의 우려로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내시경ㆍ복강경ㆍ로봇수술 등 최소 부위만 절개하는 각종 첨단 수술기법 등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독거노인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방문간호 서비스 등 세심한 의료 서비스 도입도 늘고 있다.

방문간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한 관절전문병원 관계자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스스로 생활 관리도 버겁다 보니 수술 후 재활 과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령 환자들의 가정을 방문해 수술 부위의 회복 상태를 점검할 뿐 아니라 재활운동 및 보행 연습 등을 체크하고 질환에 대한 궁금증과 심리상담까지 담당하고 있어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각종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진단 및 검사장비 등의 수요가 늘고 보청기 등 개인용 의료기기 사용이 많아지면서 국내 의료기기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약 4조원대 시장을 형성 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의료기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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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의료기기사업 진출을 선언한 보령제약그룹은 지난달 일본 의료기기회사인 에이앤디(A&D)와 손잡고 보령A&D메디칼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동맥경화 조기진단장비 등 홈헬스케어 의료기기를 개발ㆍ판매할 방침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가정용 의료기기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제약업체들의 의료기기시장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말 의료기기회사인 큐비츠를 인수하며 의료기기사업에 돌입했고 올 초 의료기기시장에 진출한 광동제약은 수술 전후 약물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오심과 구토를 완화시키는 의료기기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의료기기 분야에 진출한 JW중외제약그룹은 수술 때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LED 무영등 제품을 자체 개발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외에 대표적인 노인 웰빙 의약품으로 꼽히는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국내 제약사들이 잇달아 제품을 출시하며 1,000억원이 넘는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중심으로=노령화에 맞춰 정부 보건정책도 관리 및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4월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작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가 대표적인 예로 고혈압ㆍ당뇨병 환자가 동일한 의원에 지속적으로 다닐 경우 재진 진찰료를 50% 깎아주는 제도다.

최근 홀로 사는 노인을 24시간 지켜주는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봄센터' 등을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속속 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가정에 화재, 가스 누출 감지센서, 응급호출기, 활동 감지센서 등을 설치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응급상황 발생 때 담당 소방서나 지역 돌봄센터로 자동 연결해 신속한 구조ㆍ구급활동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100세 대비 사전 예방적 건강관리체계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예방 서비스를 확대해 건강노화(healthy ageing)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남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만성질환 유병률이 올라가는 등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ㆍ호주ㆍ일본 등과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사전 예방적 건강관리체계를 구체화하고 예방 서비스 제공 주체와 내용을 다양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민간이 제공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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