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강대국 이해관계에 얽힌 전쟁<br>정치목적 달성 위한 도구일 뿐

■ 한국전쟁 /왕수쩡 지음, 글항아리 펴냄<br>■ 발칸의 음모 /신두병 지음, 용오름 펴냄



전쟁은 유사이래 인류가 평화와 함께 직면하는 또 다른 생활형태다. 인류진보의 역사는 동시에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치렀던 전쟁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던 2차 세계대전의 경우 결국 1억명의 사상자를 낸 뒤 끝났다. 인류가 전쟁을 경계하는 것은 최악의 불상사들 때문이다.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앞두고 전쟁에 관한 책 2권이 눈길을 끈다. 우선 '한국전쟁'의 경우 '적군'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이라는 점에서 다른 한국전쟁 책과 차별된다.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작가 모옌이 '중국 역사 논픽션의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만들어낸 인물'로 추켜세운 왕수쩡(王樹增)이 쓴 1,0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이다.


저자는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더글러스 맥아더와 트루먼 대통령이 중국과 소련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개입해도 공군이 없어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라고 낙관해 사태를 오판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중국군 개입에 대해 오판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에서 참담한 실패를 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거두었던 화려한 승리를 생각하면 한국전쟁의 패배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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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군이 한반도 전장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인을 찾는다. 한국전쟁을 화력보다는 정보전, 심리전, 전략전의 측면에서 접근, 미군에 비해 전쟁물자의 성능 면에서는 뒤졌던 중국군이 미군을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미군보다 전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4만원.

'발칸의 음모'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진상을 전(前) 유고 주재 한국 외교관이 기록하고 분석한 책이다. 옛'유고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90년대 내전을 거쳐 20~25만명의 사망자, 200만명 이상의 피난민을 배출했고 결국 7개의 독립국가로 찢어지게 된다.

유고 내전은 유엔군과 나토군이 참여한 국제전으로 엄밀히 말하면 '내전'이 아니다. 저자는 유엔이든 나토든, 미국이든 소련이든 지혜로운 외교적 교섭을 통해 참극을 막을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미숙한 판단, 때 늦은 결정 등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지역 정치꾼들과 맹주들이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지역주의와 민족주의를 이용하고 독립이라는 마술적 슬로건을 내걸어 전쟁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발칸반도 정치인들의 불온한 '음모'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란 얘기다. 저자는 또 강대국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희생이 더 켜졌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자들이 서방세계에 의한 유고 내전 종료를 '싸울 의사가 없었던 전쟁에서의 승리(Triumph of Lack of Will)'라고 평가했던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프로이센 장군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남긴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지 전쟁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는 명문장은 결국 모든 전쟁의 속성을 제대로 짚고 있는 셈이다.

4대 강국으로 둘러 쌓인 채 남북으로 분단돼 있는 우리나라의 통일 과정에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주변 강대국의 의도에 따라 좌절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통일을 위한 지혜를 찾아볼만하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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