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컴한 전시장, 바닥에서 솟은 듯한 사각기둥 위에 사진만 밝게 빛난다. 수확이 끝난 들판, 벼가 푸르게 자라나는 논, 하얀 눈밭 등 평범한 풍경이지만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색의 구도를 그려낸다. 그런가 하면 높이는 제각각, 어른 발목에서 허리 정도까지 들쭉날쭉하다. '㎡'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사진 중심에는 네모 형태의 구역이 어떤 식으로든 표시되어 있다. 작품 제목은 '733' '13,500' '24,400' '255,000' … IQ 테스트의 수열 문제가 아니라 공시지가, 바로 ㎡당 가격이다. 작품의 제각각인 높이는 땅값의 차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 싶은 건 땅의 가치가 아니라, 그 너머 풍경의 변화입니다. 위치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면서 주변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가나 하는 거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지만,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대화·산업화 이후 누군가는 갑자기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되고, 논·밭도 작물 생산보다 자본의 측면에서 존재합니다."
풍경 사진을 통해 산업화의 이면을 탐구해온 사진작가 김윤호(44·사진)가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을 열고 있다. 대도시 한구석의 일상을 포착한 '지루한 풍경', 전국 미인대회를 찾아다니며 찾아낸 '지루한 풍경Ⅱ', 익숙한 관광지 엽서 속 풍경을 낯설게 재현한 '엽서 시리즈' 등을 거쳐 그의 관심은 '땅'에 닿았다.
작가에게 땅은 가격이 중요한 '부동산'보다는, 작물이 자라는 논과 밭의 이미지다. 고등학교까지 시골에서 자랐고 여전히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그이기 때문. 모든 것이 상업적·경제적 가치로 바뀌어버린 지금 상황이 그에게는 복잡하고 불편하다. "예전엔 못사는 친구가 고생스럽게 살았던 첩첩산중이 이제는 부자들이 몰려 사는 비싼 땅이 됐습니다. 도시에서 자수성가한 시골 출신이 귀촌하는 게 아니라, 부자가 시골에서 여가를 즐기는 모양새가 됐죠." 이 변해버린 풍경을 드러내는 게 그의 목적이다.
언뜻 설치작품 같은 이번 전시가 그렇듯 그의 작업은 사진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미 '스무 번의 작은 플래시와 여섯 번의 큰 플래시'(2004년)에서는 영상, '사진전Ⅱ'(2013년)에서는 텍스트 중심의 작업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그림(드로잉)을 공부하고 있다.
"화가가 되려는 게 아니라 드로잉으로 사진을 표현하려는 거죠. 사진의 시작 자체가 그림이었으니, 이를 역으로 추구해보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사진의 확장 차원에서요. 매체는 달라도 제게는 텍스트·영상 모두 사진 작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설탕으로 만들어도 마카롱은 마카롱인 거죠. 가봐야 알겠지만, 다음 전시는 드로잉(을 통한 사진) 전시가 될 겁니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