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현재 미국 펜실베니아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인 로버트 김(63ㆍ한국명 김채곤)이 한국에서 투병 중인 부친 김상영(90) 옹에게 17일 자신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보내왔다.
로버트 김은 “아버님, 저 채곤입니다”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맏아들 노릇은 커녕 심려만 끼쳐드려 마음이 더더욱 무겁다”는 `불효자`로서 참회의 말로 사부곡(思父曲)을 시작했다.
이 육성테이프는 현재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로버트 김의 부인 장명희 여사가 김 옹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의 목소리라도 들려주고자 지난 9일 로버트 김과 전화 면회를 통해 녹음한 것이다.
2선 국회의원과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김 옹은 지난 2000년 아들을 면회한 뒤 중풍과 심장수술 후유증이 겹쳐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원에서 투병하고 있다.
로버트 김은 “한국에 하루 빨리 들어가서 아버지 어머니를 뵈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전한 뒤 “감옥에 사는 신세지만 평생을 곧게 사신 아버님의 가르침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또 “늘 그리워하며 뼈를 묻고 싶은 우리의 조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답답하기만 하다”며 “건강하셔서 (아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육성테이프에 담았다.
이날 김옹은 아들 로버트 김의 육성 녹음테이프를 전달받은 뒤 연거푸 아들 이름을 부르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김 옹은 지난 닷새 동안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의식을 잃을 정도로 병세가 위독한 상태. 그러나 아들의 목소리나마 듣고 저 세상으로 가려는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때문인지 김 옹은 이날 아침 의식이 기적적으로 되돌아왔고, 5분 남짓 울먹이는 아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로버트김후원회는 김 옹이 숨을 거둘 경우 장례식에 로버트 김이 참석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오는 18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