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과 행사가 집중돼 있다. 이런 기념일들은 높은 이혼율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와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교육문제가 날로 심각한 상황에서 가정과 스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얇은 봉급봉투로 빠듯한 가계를 꾸리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잇단 기념일에 조그만 감사 표시가 적지않은 스트레스다.
그래도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은 견딜 만하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핑계 삼아 선물을 줄여도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어느 정도 양해가 된다.
문제는 ‘스승의 날’이다. 아이를 학교에 맡긴 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눈감고 지나칠 수 없다는 점에서 솔직히 부담스럽다. 혹자는 “하지 않거나 각자 사정에 맞춰 감사표시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계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혀 하지 않자니 아이에게 잘못 가르치는 것 같고, 마음의 선물을 하자니 자기 자식이 느낄 소외감 때문에 소신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학부모들의 부담을 반영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스승의 날을 학년 말로 변경하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올해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정한 학교도 많다. 학교에 촌지를 들고 오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교육계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구더기’들은 암암리에 활개를 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스승의 날이 휴무로 바뀐 관계로 그 전에 선물이나 촌지를 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의미 있는 날을 굳이 옮기거나 휴무일로 할 필요가 있는가를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일회성 선물이나 촌지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진심으로 선생님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그리고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는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게 하자. 그래야만 스승의 날이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고 선생님들을 더 힘내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