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월8일] 경제 재도약의 조건

새해가 되니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어느 경제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새해 희망을 가져도 되는 10가지 이유를 꼽기도 했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도 “불황을 재도약의 디딤돌로 삼자”는 다짐이 대부분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새해 경제 때문에 걱정이 가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새해 들어서도 경제는 악화일로 그런데 왠지 공허한 느낌이 든다.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새해에는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했던 한 자동차회사는 경기가 더 나빠져 주력공장만 빼고 휴무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런 기업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감원과 감산, 휴ㆍ폐업이 잇따르면서 부도와 해고도 가속화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린 종업원과 사장님, 하청업체 식구들, 거기에 의지해 생업을 꾸려가는 식당주인과 아줌마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 난국을 어찌 헤쳐나가야 하나.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고 불안하다. 정부는 나름대로 경제회생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지만 미덥지는 않다. 재정지출과 감세 등 부양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데 확신은 없어 보인다. 몇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저소득계층 생계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각종 대책도 숫자놀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 부처가 만들겠다는 일자리를 합치면 완전고용을 넘어 부족한 인력을 수입해야 할 판이다. 임시방편의 이런 전시성 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근본대책을 세우는 게 확실하고 빠른 방법일지 모르겠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과도한 빚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정부ㆍ기업ㆍ개인들이 능력 이상의 빚을 내 투자하다 금리상승으로 거품이 꺼지자 파산 또는 부도위기를 맞은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이 거품이 다 꺼지지 않으면 경제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지구촌 모든 나라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고 있지만 경제가 더 가라앉고 있는 것은 거품이 아직도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품을 끄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당장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는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거품을 누가 먼저 끄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정부로서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기도 벅찰 것이다. 그러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품이 남아 있는 한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하고 단호한 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은행들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고 최단시일 안에 끝내야 한다. 돈이 돌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썩은 기업이 정리되지 않아 신용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썩은 살과 고름을 도려내면 생살이 돋아나고 피가 돌아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빨리 회복될 것이다. 거품 걷어내 체질 바꾸면 재도약가능 68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역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가계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상환능력이 문제인데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이 1.5배로 위험수위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집값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난의 고통이 길어지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말로 서로 위안을 삼는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경제난도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 고통의 시간을 줄이려면 거품을 확실히 걷어내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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