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本 대지진] 애태우는 중소기업

中企 생산구조·거래관계상 공급처 바꾸기도 쉽지 않아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지난주 말에도 임원들이 전원 출근해 일본 지진 사태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레진 및 흑연, 산화알루미늄 등 원료를 100%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이번 지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재고물량은 불과 2주치여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료를 조달 받을 길이 사실상 끊기는 셈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가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다른 공급원을 찾을 수 없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며 "이달 말 예정됐던 일본 거래선과의 정기 회의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품이나 기계ㆍ인쇄 업종 등 일본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수입가격은 급등할 수 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슈퍼엔고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재고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수입 거래처가 일본에만 집중되는 곳이 많아 납품 차질은 물론 공장 가동이 아예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을 만들어 해외 업체에 납품하는 한 주문자상표부착(OEM)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급 원료의 경우 유럽과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료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과 수출거래가 활발했던 기업이나 일본 현지기업에 부품ㆍ소재를 공급해왔던 중소기업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현지 바이어와 접촉하며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거래처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다 통신망 장애 등으로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 상황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 연간 300억원의 의류를 수출하는 수도권의 한 중소업체 사장은 "지진 소식을 접하고 수출 에이전트와 통화했지만 아직 거래처에서도 피해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며 "일본 수도권 지역도 피해가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일본 대지진 피해 중소기업지원대책반'을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지만 일본의 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접촉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앙회는 업계 피해가 파악되는 대로 정부와 협의해 일선 기업의 원자재 확보 및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일본을 대신할 공급처를 찾아 나서야 하지만 생산구조나 거래관계상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중국산 제품의 경우 기술력이나 시장성 등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구업체 사장은 "그동안 관련 부품을 전량 일본에서 가져와 제품을 만들어왔다"면서 "주변의 일부 업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썼다 대형거래처에서 클레임을 당해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엔고 현상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했던 수출 중소기업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연간 10%의 생산제품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경상남도의 한 금형업체는 주문 물량은 물론 당장 운송문제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2주 뒤 현지 자동차부품 업체에 부품용 금형을 공급해야 하는 만큼 물류시스템이 이른 시일 내 복구되지 못한다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올 들어 독자적인 3차원(3D)솔루션 기술을 앞세워 일본 진출을 추진하던 D사는 현지 합작사 설립에 차질을 빚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업체는 당초 상반기를 목표로 일본에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세부조건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전망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지진으로 일본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면 일본 측 파트너가 자금 투입을 미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진이 터진 직후 일본 측 파트너와 연락해 긴급 회동을 하고 공동사업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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