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국제사회 합종연횡의 정치경제학

美일방주의에 반기, 실리따라 '헤쳐모여'<br>中·러·印 에너지·IT등 경제교류로 급속 밀착<br>새로운 유라시아 블록 부상 美일극체제 위협


부시 미 행정부 2기 출범을 눈 앞에 둔 최근 국제 질서에 새 판이 그려지고 있다. 9.11테러 이후 더욱 강화된 미국 중심 일극(一極) 체제의 다극(多極)화 가능성도 비쳐지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 조짐이다. 정치도 정치지만 무엇보다 각국의 경제적 실익 챙기기가 동력이다. 최근 국가간 ‘헤쳐 모여’로 인한 새 국제질서 지도의 판세를 읽어본다. “미국 중심의 서방 선진권에 맞서자” 미국의 일방주의, 패권주의를 경계하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경제적 결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인도가 뭉치며 그려내는 그림은 새로운 ‘유라시아 블록’이다. 미-중 사이는 갈수록 삐그덕 거리고 그럭 저럭 잘 지내던 미-러 간에도 금이 가는 상황에서다. 최근 바뀌고 있는 국가간 이합집산의 패턴은 그리기도 복잡하다. 냉전시대, 정치로 세계를 양편 가르기 하던 때와는 완연히 다른 모양새다. 경제를 앞세운 글로벌 패러다임의 변화다. ▦새로운 유라시아 블록, 흔들리는 미 일극 체제=중국-인도-러시아간 에너지ㆍ정보기술(IT) 등 경제교류를 위한 3개국 정상회담이 금년내 열릴 전망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인도 방문은 계획이 잡힌 사안이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유라시아권의 대단합이다. 떠오르는 브릭스(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에 친디아(Chindia:중국+인도)까지 묶어 미국에겐 그리 유쾌하지 만은 않은 지구촌 돌아가는 소식인 듯 싶다. 냉전 후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미국의 일극체제에 조금씩 간극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다극화의 조짐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기(反旗)라는 정치적 배경에다 각국의 경제적 실익에 따른 이합집산의 결과다. 두려움없이 세계로 돌진하는 중국과 과거의 영화가 슬슬 생각나는 러시아가 전세계적 반미 정서의 틈새를 파고 들며 타국과 연합세력을 형성해가는 건 경제적 실리외 대미(對美) 견제의 의도도 깔려 있다. 여기에 인구 대국 인도와 중남미의 맹주 브라질까지 가세하며 미국에 일방적으로 쏠린 세계 질서의 무게 중심에 어떤 형태로든 분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큰 흐름 한가운데 특히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아직은 미국의 힘에 비할 바 아니지만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중국의 시도는 당장 올해 동아시아에서부터 미국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잖아도 미국의 무역적자와 중국의 위앤화 절상을 둘러싼 양국간 대립은 이미 갈등의 구도 속에 진입한 상태다. 미-러 관계 역시 지난 연말 우크라이나 대선 사태를 계기로 균열이 보이고 있다. 냉전 이후 일방적으로 밀렸던 러시아가 최근 원자재 대국으로의 부상을 계기로 과거 힘있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어 들 기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인도방문에서 미국의 일방주위를 맹비난한 사실은 최근 수년간 없던 일이다. ▦에너지 등 경제 요인이 주도하는 신 국제 질서=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 지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동력은 경제, 그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문제다. 최근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새로운 국제 역학 관계 한 복판에 있는 나라도 역시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공급측면에서, 중국은 수요 측면에서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최근 급속히 커지는 이유는 기존의 최대 자원 공급지인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제2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대안이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손짓은 추파에 가깝다. ‘북극의 여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원유를 경제 재건의 핵으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부활의 계기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특히 인도ㆍ중국의 손을 맞잡아 주고 있다. 공급국으로서 러시아가 가지는 여유에 비해 세계최대 자원소비국 중국에게 에너지 확보는 생과 사의 문제다. 에너지를 국가 안보의 차원으로 다루고 외교통상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 미국이 에너지를 통해 자신을 견제하려는 속셈을 모를 리 없는 중국은 러시아와 궁합을 맞췄다. 에너지를 둘러싼 중-러의 밀착을 미국은 세계지배전략의 큰 걸림돌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중-일 갈등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동시베리아 유전개발 및 파이프 라인 둘러싸고 양국의 치열한 경합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이 정정불안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사우디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대 중동 전략과 관련 두드러진 변화다. 한편 환율, 특히 중국의 위앤화 절상을 둘러싼 국제간 이해관계도 향후 국제 질서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가 제기하는 환율 관련 제2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미국과 아시아 사이에는 깊은 경제적 골이 패일 가능성도 있다. ▦영원한 맹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최근 나타난 새로운 국제질서는 미국-일본, 그리고 맞은 편에 중국-러시아-인도를 묶는 블록간 대립의 구도다. 유럽연합(EU)의 경우는 국제 정치경제 현안별로 신축적 대처를 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항공사 분쟁, 이란 문제 등에서 미국과 갈등을 보였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선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최대무역상대국 지위에 오른 중국과의 관계도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국제 질서의 방향은 뭐니 뭐니 해도 부시 행정부 2기의 정책 노선이 키를 쥐고 있다. 지난 4년 일방주의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를 모를 리 없는 부시 행정부의 선택이 최대 관심거리다. 집권 2기 부시 미 대통령이 일방주의 외교 전략을 수정, 대 이란 정책 등을 두고 그동안 갈등을 빚은 EU권 국가, 특히 프랑스 독일과 화해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러시아-인도 등이 뭉친 합종(合縱)에 대한 연횡(連衡)의 전략적 측면도 고려한 때문이다. 숙명적으로 결코 살을 맞댈 우방이 되기 어려운 중국ㆍ러시아와는 특히 동아시아 안보 환경과 중앙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두고 갈등을 키워 나갈 확률이 높다. 시간이 문제지만 향후 국제 질서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다극화로 이동해갈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가간 이합집산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그랬던 것처럼 특히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다. ‘영원한 맹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경제적 실리에 따른 다극화의 세계가 향후 예상되는 세계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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