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수사권조정과 관련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상이한 2개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서명한 것으로 확인돼 '양다리 걸치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각각 유리한 법안 모두에 서명하는 이중 행보를 보인 데는 양쪽의 치열한 로비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파악돼 수사권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수사권조정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금년 6월 발의된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안과 이달 22일 발의된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 안에 의원 6명이 공동발의자로 중복 서명했다.
한나라당 김영숙ㆍ김정훈ㆍ박성범 의원과 민주당 신중식 의원, 국민중심당 김낙성ㆍ류근찬 의원이 2개 법안 모두를 지지한 것이다.
홍미영 의원안은 검찰과 경찰을 협력관계로 규정하고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명문화함으로써 수사 개시와 진행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하되 수사 종결권과 소추권은 검찰이 행사토록 하는 법안으로 경찰측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
김재원 의원안은 민생치안범죄만 경찰이 검사 지휘 없이 수사하되 수사 도중에검사의 점검과 지도를 받게 돼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 지휘를 거부하는 경찰관에 대해 검찰이 징계를 요청할 수 있게 해 검찰측에 유리한 법안이다.
상이한 법안에 중복 서명한 데 대해 류근찬 의원은 "어차피 수사권조정 문제는법사위에서 여러 법안들이 통합돼 논의되기 때문에 두 법안에 모두 발의자로 서명했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교착상태에 빠진 수사권조정 논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서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의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를 상당히 꺼리는 법안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법안의 `세'를 불리기 위해 공동발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고부연했다.
같은 당 김낙성 의원은 "수사권조정 법안은 2개, 3개, 4개가 올라가도 모두 국회에서 절충되며 개인 생각으론 홍미영 의원안과 김재원 의원안에 큰 차이가 없다"며 "같은 농림위 옆자리에 있는 김재원 의원의 제의를 받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2개 법안에 모두 서명한 데는 소신보다는 `로비'에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모두 견디기 어려울만큼 부탁을 많이 해왔다. 변호사 출신 의원으로서 어느 한쪽에만 서명해줄 수 없어서 양쪽 모두에 서명하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우리당 김영숙 의원은 "홍미영 의원이 같은 여성의원이고 경찰도 존중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홍 의원 안에 찬동했는데 공청회 등을 통해 자세히 알고 보니문제가 많았다. 홍 의원안에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던 것은 불찰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