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 콜로라도를 가다] 오바마 피로감, 정책이슈 압도… 민주 현역 지지호소 안 먹혀

'6년 권태기' 국민 염증 극대화… IS·에볼라 부실대처 등 失政 부각

공화, 反오바마 캠페인 열올려

콜로라도 등 상원 경합지 9곳중 7곳서 민주 현역 열세·추격당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존 히켄루퍼(가운데) 콜로라도주지사가 3일(현지시간) 골든시의 당 선거사무실에서 마크 유달(왼쪽) 상원의원 후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유병온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6시30분(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주 골든시에 위치한 민주당 선거사무실에서 재선을 노리는 이 당의 상원후보 마크 유달 의원이 150여명의 지지자 및 자원봉사자들 앞에 섰다. 유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콜로라도, 나아가 미국 전체를 위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미국의 의료 시스템 보호와 총기 규제, 소수자 권익 향상을 위해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 상대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후보에게 2%포인트 안팎의 열세를 보이고 있다.

콜로라도주는 이번 중간선거의 판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미국 정치의 축소판이다. 전체 선거 분위기에 따라 승리 정당의 손바뀜이 잦은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이기도 하다.


실제 이 지역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큰 미 국내 정치 이슈인 총기 규제와 마리화나 합법화 등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포콜롬바인'의 소재가 된 지난 1999년의 콜롬바인 학교 총기난사 사건(13명 사망), 2012년 오로라 지역의 극장난사 사건(12명 사망)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났고 지난해 총기 규제 법안을 밀어붙였던 주의회 의원 2명이 주민소환투표를 통해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알래스카와 오리건, 수도 워싱턴DC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 마리화나 찬반 투표와 관련해서도 콜로라도는 이미 미국 전체 50개주 가운데 가장 먼저 마리화나를 허용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이민법 개혁,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낙태허용 논란 등을 놓고 양당 후보 간의 치열한 정책대결이 콜로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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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콜로라도에서도 이 같은 정책대결을 압도하는 가장 큰 이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다. 4년 임기인 미 대통령의 집권 2년차에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시점상 집권여당의 중간평가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고, 특히 오바마 집권 2기차(임기 6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이른바 '6년 권태기', 즉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극대화된 시점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40%대에 그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失政) 논란이 이번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변수임을 콜로라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에서 만난 지역신문 '가제트'의 맥밀런 편집장은 "(셧다운 사태를 부른) 지난해의 예산안 대립 문제나 외교정책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오바마가 정부 통제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친민주당계 인사이자 사업가라고 밝힌 마이크 스미스(34)씨 또한 "오바마의 장점인 심사숙고가 빠른 정책결정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난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동 내 이슬람국가(IS) 부실 대응 △에볼라 초동조치 미흡 △4%대의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실업률 등이 오바마 대통령 및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꼽힌다.

공화당 측은 이를 선거 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린우드빌리지시의 공화당 풀뿌리선거운동본부에서 만난 오언 로프터스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한 우리 TV 선거광고를 다 합하면 24시간 내내 방영된다고 가정해도 42일분에 달한다"며 "대부분 (오바마 및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콜로라도 지역 방송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있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방영하는 형태의 반(反) 오바마식 비방광고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콜로라도 지역을 포함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 경합지역은 캔자스·조지아·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알래스카·루이지애나·뉴햄프셔·아칸소 등 9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현역의원이 열세 혹은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지역은 7곳에 달하는 반면 공화당 현역 의원이 뒤지는 곳은 1곳(캔자스)에 불과하다. 이미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에 있는 공화당이 상원(현재 민주 55, 공화 45)마저 장악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임기를 2년 남겨둔 오바마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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