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中 중앙 1호 안건과 농민

중국 정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첫 정책문건인 중앙1호 안건으로 '농민'을 택했다. 개혁ㆍ개방 30여년 동안 도농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며 농촌과 농민의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가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매년 1호 정책으로 농촌 대책을 내놓으며 인구의 절반을 넘는 8억명 안팎의 농민을 달래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다음날인 6일 첫 토론회로 간쑤성 농민 대표를 찾았다. 중국 서북부의 대표적 낙후 농촌지역이 몰린 간쑤성은 1인당 월 소득이 300위안(5만여원)이 채 안 된다. 이날 회의에서 간쑤성 칭양이라는 농촌에서 올라온 한 전인대 대표는 원 총리에게 "아직 10만 농가가 토굴에 살고 68만명이 식수 부족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원 총리는 이에 "올해 중앙1호 안건의 주요 내용이 농촌 수리공사 시설 구축이다"고 화답했다. 또 다른 대표는 "산간지대의 계단식 밭은 30여년 전에 일군 것이다"며 정부에 대해 산길 수리 및 수리공사를 요구했다. 베이징 등 대도시는 경제발전으로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간쑤성과 같은 농촌지역은 개혁ㆍ개방 이전인 3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극빈층 기준은 유엔이 정한 하루 1달러 수입보다 낮은 0.5달러다. 중국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천만명이 극빈층에 속하지만 유엔 기준으로 보면 3억에 가까운 인구가 극빈층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부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극빈층 기준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번 양회에서 원총리는 기준선을 배로 늘려 이들에 대한 국가보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 양회를 통해 농촌, 농민공 등 서민들의 민생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농촌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후코우(호적) 개혁, 저가 공공주택 공급확대 등 핵심적 민생대책은 2억8000만여명의 농민공에게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후코우 제도를 개혁해 농민공에게도 일정 기간 거주할 경우 도시 후코우를 준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3년 이상의 안정적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사회보험 등 각종 보험료를 납부한 기록이 있어야 가능하다. 농민공 대부분은 사회보험을 납부해주는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에 현실적으로 도시 후코우를 따기란 불가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양회는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아파트의 지하방 등에 사는 200만여명의 베이징 농민공은 도시에서 쫓겨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베이징 시정부가 올 들어 인구 만원(滿員)을 해소하고 선진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하방을 철거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앙1호 안건에서 농민대책이 사라지는 날에 역설적으로 농민의 삶이 진정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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