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금융계열사의 초라한 상황을 보고받고 진노했다. 그리고 중국통이던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과 금융업 경험이 일천한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을 전격 기용했다. 이들은 제조업 마인드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혁신'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생명의 총자산은 2010년 말 144조원에서 지난해 말 192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카드도 체크카드를 제외할 경우 2위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저금리와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에 따른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며 삼성 금융계열사 순익도 하락하고 있다. 생명은 2011년 9,484억원에서 지난해 9,000억원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고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7,845억원에서 6,393억원(2013년 4월~올해 2월, 1개월 제외)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삼성 금융'에 '제2의 혁신'을 외치게 했다. 제조업 계열사들의 통폐합이 가속화하는 것과 맞물려 금융사 전반에도 개혁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10일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따르면 삼성금융사의 경영기조가 손익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으면서 조직과 사업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한 핵심 임원은 "계열사 전반에 걸쳐 조직혁신과 성장의 힘을 재구축할 틀을 총체적으로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생명과 화재·카드 등이 줄줄이 조직 통폐합과 감원 등 혁신에 나서고 있다. 당장 생명은 이날 슬림화를 골자로 조직구조를 확 바꿨다. 계리와 리스크 부서, 사내연구소 등이 통폐합됐다.
화재도 마케팅·영업·보상 등 기능별로 나뉘었던 조직을 장기·자동차·일반 등 사업 단위로 전면 개편했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전면적인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생명의 경우 수익확대를 위해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석달여 만에 10%포인트 높였다.
반면 해외사업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생명은 올해 중국 은행과 손잡고 방카슈랑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화재는 중국에 이어 미국 중소기업(미들마켓) 대상 영업에까지 나서기로 했다.
카드도 전자계열사를 활용해 국내 영업을 강화하고 현대캐피탈 벤치마킹, 해외진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