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韓, 유럽금융사태 악화돼도 '2008년 위기'까진 안갈 것"

■ 신현송 美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 <br>보유외환 3100억弗 웃돌고 은행부문도 당시보다 건실<br>아시아 역내협력 강화해야


"지금 유럽의 금융시장은 웅덩이에서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유럽 은행들은 이탈리아 국채만 1조7,000억유로어치를 보유하고 있어 뒤처지면 큰 손해를 볼까봐 먼저 던지겠다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더욱악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위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신현송(사진)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금융시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유럽 주요국인 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가 치솟자 은행들이 서둘러 이들 국가의 채권을 매도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해당 국가의 CDS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과거 1990년대 말 아시아가 은행위기와 유동성 위기를 한꺼번에 경험했다면 유럽은 은행위기와 국가채무 위기가 겹쳐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유럽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선다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뱅킹 시스템, 이머징 국가의 외화자금 흐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계 은행들이 미국과 함께 글로벌 자금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자금회수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도 전체 외화유동성의 55%를 유럽계 은행에 의존해 있다는 점에서 이들 유럽 금융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하며, 특히 이탈리아 채권을 많이 보유한 프랑스와 독일계 은행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설사 유럽계 자금회수가 발생하더라도 2008년처럼 원화 환율이 치솟고 외화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운 신용 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3,100억달러를 웃도는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데다 당시에 비해 은행 부문이 건실해져 사태의 진전에 따라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때와 같은 심각한 위기국면은 겪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책적인 면에서도 과도한 단기외채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 ▦선물환 규제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도입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중 은행이 단기외채를 늘리면 이에 비례해 부담금을 물리는 거시건전성부담금은 그가 지난해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있을 때 입안한 것이다. 신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이 대외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아시아 국가 간 역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해 주요20개국(G20) 회의를 거치면서 중국ㆍ일본 등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며 "아시아 역내 경상수지 흑자국들을 중심으로 필요할 때 외화를 끌어올 수 있는 스와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유럽ㆍ미국 일변도의 자금조달 루트를 보다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 교수는 이날 뉴욕에서 영국 국제금융규제센터(ICFR) 초청으로 '바젤3를 넘어선 거시건전정책'에 대해 강연했다. 신 교수는 강연에서 오는 2013년에 발효될 바젤3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불충분하다며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세계 각국의 공조체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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