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마주한 코르가츠까지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횡단도로 312번. 동서로 4825㎞에 이르는 이 길은 중국의 오늘을 가감없이 볼 수 있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10배를 넘는 312번 국도를 영국 특파원인 저자가 두 달 남짓 동안 대장정을 끝냈다. 화려한 상하이 푸동의 마천루를 뒤로 하고 뛰어든 312번 국도에서 그는 가난에 찌든 농민과 비참한 매춘부, 에이즈 환자, 그리고 독립을 갈망하는 티베트 불교 승려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경제발전에 소외된 계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입을 통해 중국의 실제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사람들이 떠나 마을이 텅 빈 후난성 우강시에서 그는 가난하고 참을성 있는 중국 농민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혹독한 세금 징수로 농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공산당 간부에 대한 비난은 도를 넘어섰다. 2005년 농촌지역에서 벌어진 소요사태가 8만건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공식적인 통계가 농촌의 심각한 현실을 말해주듯 저자는 중국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는 농촌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또 중국의 실리콘벨리를 꿈꾸는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그는 중국의 발전이 점차 내륙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장을 발로 뛰었다. 농민들이 에이즈에 걸린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첩보 같은 취재도 마다치 않았다. 허난성 남부 에이즈 마을이라고 알려진 상차이에서 에이즈로 아내를 잃은 남자를 통해 중국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들춰냈다. 연평균 성장률 9.7%에 이르는 초고속 성장을 과시하는 중국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을 때 저자는 그 성장의 실상을 발견하고 애정어린 걱정을 한다. “내가 중국의 미래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서양에 알려진 것 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품고 있고, 발전 가능성은 늘 경제개혁 과정에서 생겨난 실패자의 희생을 동반한다. 중국의 발전은 계속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희망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