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쇄신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감세철회’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황 원내대표의 이번 행보에 오랜만에 ‘어수룩한 게 당수가 8단’이라는 뜻의 ‘어당팔’다운 면모를 과시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7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의 풍경은 황 원내대표의 위상이 더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자리였다. 황 원내대표는 ‘감세철회’의 여세를 몰아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연이은 공직자 비리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추가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밀어붙이면서 정치적 입지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감세를 주장하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결국 감세 철회로 나아간 것은 그의 정치력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16일 열렸던 의원총회에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던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황 원내대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감세 철회를 정책 기조로서 관철하면서 소장ㆍ쇄신파의 힘을 확인한 만큼 그들의 지원을 받는 황 원내대표에게는 이익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결정을 두고 청와대 측에서 “당은 당대로의 입장도 있고 정부도 입장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앞으로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반발을 뚫고 정책기조를 지킬 수 있느냐가 앞으로 황 원내대표의 위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반값 등록금 과정에서 처음과 달리 ‘등록금 부담 완화’ 수준으로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다. 또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마찰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한때 황 원내대표가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다시 외교통상통일위로 내려 심의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 기류가 전해지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민주당의 김진표 원내대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엔 힘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30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저축은행 국정조사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여야정 합의체 구성을 합의했으나 북한인권법이란 암초에 걸리면서 6월 국회를 어렵게 풀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부에서 이견을 노출하고, 민주당은 합의 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패턴만 반복되면서 김 원내대표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다 저축은행 파문이 불거지면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다시 주목을 받는 등 주도권을 일부 내준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준비와 한ㆍ미 FTA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확정된 만큼 이를 통해 김 원내대표가 원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