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파워시프트’ 특별좌담회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파워 시프트’(권력 이동)가 일어나는 해다. 우리나라에선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진다. 북한도 내년 4ㆍ15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김정은이 전면에 나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30여개 국에서 선거 등을 통한 권력이동이 예정되어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폭으로 이뤄지는 올해 ‘파워 시프트’의 핵심은 2000년대 이후 거세어졌던 신자유주의 체제의 종언과 맥이 닿아 있다. 양극화로 대변되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에 피해를 받은 민심이 판을 뒤엎는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따라 정치 전문가인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전문가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옥임 한나라당, 김춘진 민주당 의원을 초빙해 파워시프트에 대해 신년 특별좌담을 가졌다. 온종훈 정치부장이 사회를 보았다. ▦사회(온종훈 정치부장)=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면서 그야말로 파워시프트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택 2012’라는 올해 양대 선거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 올해는 한국 정치가 새로운 실험에 들어가는 분수령이다. 한나라당이나 제 1 야당 등 기성 정치권이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변화나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 체제에 대한 염증을 갖고 있으며 이 염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정당 체제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시련이 있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올해 양대 선거에서 1987년 이후의 정당 체제가 지속성을 가질 것이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정치는 박정희와 김대중 패러다임 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이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여기다 남북관계의 중요 축이었던 김일성 패러다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3대까지 유지될 것인가도 올해에 판가름난다. 선거학적 용어로 정치지형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때 중대 선거라는 용어를 쓰는데 올해가 그렇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 지금까지 국민들은 정치하면 마치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것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국민들이 이제는 정치에 직접 참여해서 소통 하겠다는 측면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 정치는 올해 총ㆍ대선을 기점으로 혁신과 변화라는 분기점에 서 있다. 복지와 일자리 등 정책 중심의 생활정치로 바뀌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세계 경제위기 심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들에 표출이 일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심판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분단 체제 차원에서 갈등이 심화된 것에 대한 심판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난 4년동안 남북 화해ㆍ협력이 진전되지 못한 채 갈등이 심화됐다. 무엇보다 새로운 행위자 네트워크가 정치적인 결과를 낼 것인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예컨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인해 형성된 네트워크,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핵심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조직도 없이 비인간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 권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성공할 지가 관심이다. ▦사회= 자연스럽게 얘기가 넘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화두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데 모두들 동의할 것 같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정옥임 의원= 제3 세력을 희구하는 현상은 최근 일본 오사카 시장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오사카 시장으로 당선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는 민주당이나 자민당 등 기존 정당에 속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했다. 전형적인 일본스러움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에 반향을 일으킨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 제3세력에 대한 희구를 보면 한국에서의 안철수 현상, 연장선상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 등은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르다. 일본이 좀 더 당당하고 민족주의적이고 자신만만했으며 또 이를 위해선 내 허리를 동여매도 상관 없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세력과 인물이 등장했다면 우리 제3세력의 특징은 그 사람들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안 원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건 사람을 사랑하고 젊은 청춘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정도다. 양극화 등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최근 김정일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도 당장 최근까지 이슈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자타가 공인하는 안 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춘진 의원= 안철수 현상을 정당 정치의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오히려 제대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과거엔 지식과 정보를 정치권이 독점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 때문에 각자 주관적 견해에 의해 얼마든지 판단이 가능하고, 이런 과정에서 과거처럼 ‘누구를 찍어라’식의 조직의 힘은 약화돼 가고 있다. 그런 찰나에 안철수씨와 박원순씨가 등장했다. 안 원장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보급 등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성과물을 나눠줬다. 자기 희생이다. 박 시장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다. 제도권 정치가 하지 못한 걸 이끌어낸 측면, 이런 자기 희생의 결과물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지지한 것이다 갑자기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해 (지지를) 한 것이 아니다. ▦김형준 교수= 안철수 현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한 마디로 개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 현상이라는 점이다. 기존 정치권은 싸움만 해 절망적이었던 비해 안철수 현상에서 국민은 새로운 희망을 본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관통하는 건 희망ㆍ미래ㆍ도전ㆍ나눔이다. 이걸 기존 정치권이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의 미래는 다른 차원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면 그것에 합당한 나름대로의 역량과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는 규범적 접근이 있다. 반면 실증적 측면에서 봤을 땐 안 원장의 지지도는 상수, 즉 현실이다.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올지 아니면 다른 후보를 지지할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안 원장이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이슈, 혹은 연대 구도 등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안 원장이 등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엔 여러 가지 (대립) 축이 만들어졌다. 낡음과 변화, 20~40대와 50대 이상간 세대간의 축, 안 원장은 “한나라당의 집권은 역사의 물결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역사의 퇴보와 발전이라는, 상식과 비상식의 축을 들 수 있다. 안 원장이 나오든 안 나오든 그 축이 만들어진 게 중요하다. 안원장의 자질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의 등장으로 어떤 정치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이야기를 좀더 이어가 보자. 안원장과 박 서울시장 등 시민운동권의 정치참여에 대해 논란이 많다. ▦정옥임 의원= 안 교수와 더불어 소위 시민 단체에 있던 분들이 정치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민단체는 권력의 부패나 투명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면서 순기능을 하는 것인데 이제 스스로 권력 잡겠다고 뛰어들었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양극화나 김정일 이후의 북한, 한미동맹, 복지 문제, 자유무역 등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권위적으로 배분하느냐(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말 인용)가 정치의 기본 속성인데 과연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고 해 이런 것들이 해결될 것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세력이 등장해 정치권의 타성이나 관료주의, 국민들이 싫어하는 부패나 권력지향적인 행태를 교정하고 자극을 준다는 측면에선 순기능이 있지만 이런 현상으로 모든 문제가 타파된다는 환상은 경계돼야 한다고 본다. ▦김춘진 의원= 시민사회가 정치를 모니터링하고 감시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일을 하다가 본인이 정치적 비전이 있고 이를 실현시킬 욕구가 있다면 이들은 이미 (정치인으로서)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시민 단체에 있으면서 준비한 것들을 실현하는 사람도 정치인이다. 준비된 사람이 정치권 들어와서 정치를 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고, 우리 정치가 발전하고 성숙한 단계로 나가는 과정이다. ▦김형준 교수=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를 발전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치 않는다. 오히려 퇴보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순수성과 기능적 역할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최근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하는 단체가 누군가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6월 달에는 시민단체라고 답한 비율이 50%에 육박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비율이 반토막 났다. ▦고유환 교수= 시민 사회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건 사실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뉴라이트 계열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선거 운동을 하고 이후 대거 (국회에) 들어와 정치적 지분을 확보, 권력 행사한 것이 진보 시민 단체들의 정치 참여를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했는데, 과거 세 번의 정부를 보면서 국민들은 ‘권력을 잡은 사람이 다 먹는 것이다’라는 불만이 생겼다. 그래서 자기를 비울 수 있는, 안철수 같은 사람을 찾는 것 아닌가 싶다. (이때 정 의원은 뉴라이트 이전부터 시민단체가 민주통합당쪽으로 정치참여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사회= 일자리문제와 양극화해소, 복지문제 등 올해 양대 선거에서의 핵심 이슈와 정책 주제들에 대해 얘기해 보자. ▦김형준 교수= 참여정부 5년간 평균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가 6.6 이었다. 지금은 8.0에 육박한다. 국민은 어떤 정권, 어떤 세력이 경제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성과를 냈느냐를 가지고 투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총선에선 경제적 응징 투표가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한나라당은 굉장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반면 대선은 총선과 다르다. 대선은 미래에 대해 투표를 한다는, 이른바 전망적 투표를 한다. 생각해 보면 2002년도에 당시 김대중 정부가 많은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으나 정권을 재창출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후보가 갖고 있는 미래가 이회창후보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즉 총선과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에서의 투표 행위와 대선에서의 투표 행위가 다른데 이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 변수다. 그 동안의 가설은 북한 변수가 강화되면 보수 결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는데, 지난 2010년 6ㆍ2지방선거 이후론 변화된 것 같다. 남북한이 불안정한 상태로 가면 과거는 안보를 튼튼하게 해서 헤쳐나가자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북한 관계 속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게 오히려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반면 복지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립쟁점이 아니라 여야가 다 같이 얘기하는 합의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복지가 국민 자극을 못한다는 것이다. ▦김춘진 의원= 동의할 수 없다. 복지는 대립 쟁점이다. 올해 선거에서 복지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리라고 본다. 국민 생활 속에서 필요한 정책을 요구하는 시대가 왔는데, 그것이 바로 복지다. 일자리나 주거, 교육, 양육, 의료 등 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정책으로 보상받길 원하는 시기란 말인데 이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과에 대해 평가가 있을 것이다. 입법에 의해 늘어나는 복지를 제외하곤 복지 부분이 증가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마음 속에 이 같은 부분이 숫자로 남아 있다. 또 과거는 경제성장률(GDP)이 성장하면 저절로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지금은 GDP가 올라가도 오히려 고용률이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 이제는 세금을 통해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그래서 과거 토목 공사 위주에서 이제 복지 정책으로 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고,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국민은 알고 있다. ▦정옥임 의원= 우리나라는 교육이나 국방ㆍ안보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여전히 높다. 하지만 복지와 교육, 안보의 비율 보면 복지가 훨씬 높다. 복지에 대해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올해 선거 때문에 여당이 복지나 일자리에 있어서 아마 야당보다 더 대담한 정책 제시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상당한 딜레마다. 정치인의 이해는 표를 얻는 것이고, 항상 이럴 때 수준을 상회하는 공약이 나온다. 아마 미래에는 이것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을 빚겠지만 당장 올해엔 그걸 염두에 두지 않고 공약들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쟁과 평화 프레임과 관련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게 사실이지만 연평도 사태를 보면 젊은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편안한 것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는데 저쪽에서 도발을 해오면 젊은 세대가 더 강력한 안보의식을 표출한다.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나. 국민은 정직한 평화 안보를 택할 것이다. ▦고유환 교수= 유권자들이 이명박 정부에 기대한 것은 경제 성장이었다. 그것에 대한 심판이 올해 총선에 이뤄지지 않을까 보인다. 세계 경제 위기 심화에 따라 사회 안전망이 확대돼야 했는데 자원 배분에서 왜곡이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또 권력 독식의 문제도 이슈가 될 것이다. 북한 문제의 경우 평화 이슈도 있지만 경제 이슈도 있다. 남북 경제협력(경협)이 확대돼 고용이 창출 되고 이것이 경제 위기를 해소되는데 도움됐어야 하는데 오히려 축소됐다. ▦사회=선거와 관련해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논란이 크고 상당히 우려도 된다. 당장 사실상 이명박 정부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도 이 같은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김형준 교수= 이번에 총선과 대선이 있어 여야 모두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정책 포퓰리즘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거 이후 당초 공약에 발목이 잡혀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잘 감시해야 한다. ▦김춘진 의원=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됐다. 자연스레 사회통합과 미래지향적 투자 관점에서 복지와 일자리 등 민생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작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이 정책 이슈로 등장했다. 당시 관련 법안을 낸 게 나다. 내 지역구는 이미 2004년~2008년도에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완료돼 표를 얻으려고 정책을 낼 필요가 없었다. 당시 반대하는 이가 없다가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했더니 이슈화가 됐다.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재벌 아들에게 밥 주려고 하느냐’라고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그런데 지자체 중 무상급식을 최초로 실시한 지역구가 바로 안 전 대표의 지역구(과천ㆍ의왕)이었다. 포퓰리즘 운운하면 공격할 때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사회=올해 파워시프트에 북한 변수는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다만 전망과 예단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북한체제는 앞으로 어떻게 가는가. 아울러 한반도의 정세는. ▦고유환 교수= 어차피 김정일 정권은 지난 2008년 8월 이후부턴 건강 문제로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오히려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부분이 있다. 다만 후계 구축 기간 짧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하는 부분은 새로운 불확실성이라고 볼 수 있다. 수렴 체제 측면에서 보면 왕위 계승처럼 일부 후견을 받아 후계 체제가 작동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데 김정은 체제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느냐의 여부는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렸다. 북한은 후계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 현재의 경제난을 해소해야 하는데 내부 자원은 이미 고갈된 상태다. 결국 대외 부분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중국이 후계 체제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서 개혁 개방 모델을 여러 각도를 통해 압력 내지는 충고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지난 4년간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는데 앞으로 김정은 시대를 대비해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정옥임 의원= 김정일 위원장이 20년 동안 아버지가 수령으로 (김일성 주석)으로 있으면서 정권을 잡았고 또 김일성 사후 17년간 통치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바로 북한 경제다. 지금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중국에 의존하겠지만 과연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구명조끼를 나눠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중국이 과연 개혁개방에 대한 압력을 넣을 것이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만 설사 넣더라도 북한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다. 더욱이나 김정은 체제는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느냐가 중요한데 인도주의적 지원을 대규모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인 단체가 인도적 지원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과거 북한에서 김일성 사후에 통일신라 신드롬이 있었다. 결국 남한 주도로 통일이 이뤄지면 통일한국은 중국과 가까워진다는 신드롬이 그것이다. 그 신드롬에 더해 북한 상황은 막후 실력자가 좌지우지하는 연개소문 신드롬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렇게 정권이 파워 시프트 된다고 해도 곧 체제 변혁이나 통일로 가진 않겠지만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고유환 교수= 김정일 시대가 실패한 이유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생존의 중심 고리를 미국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모든 역량을 미국에 올인하면서 김 위원장도 매우 피곤했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미국 역시 핵을 해결하려 노력할수록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이 향상되는 지경에 놓였다. 북한은 핵을 가졌지만 다른 부분에선 전부 위기가 심화됐다. 불안정한 김정은 체제가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당장엔 없다. 결국 북미관계는 장기과제로 돌리게 될 것이고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의 생존고리를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이나 미국은 3대 세습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김정은 정권이 안정화되길 바라는 묘한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주도권 놓치지 않으려면 단순히 ‘포용’의 측면이 아닌 ‘개입’이 필요하다. ▦김춘진의원= 김정일 체제가 미국이나 서방 지향적인 것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김정일 체제가 위협이 됐을 요인은 내부에선 희박했다고 본다. 오히려 외부 인사가 배후에서 중국과 손을 잡는 형태였다면 체제 전복의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나 서방측과 대화를 하고 교역하고 개방 정책을 펼치려 했던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정책도 그 일환이다. 한반도 문제를 두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북한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우리는 현정부 들어 김 위원장과 관련된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렸다. ▦김형준 교수= 이명박 정권이 임기 말이다. 대북 문제에 대한 부분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 아니고 미래 권력의 문제로 시프팅(이동)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조문문제 등)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취한 행보는 너무 밋밋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현정부와 차별화 없이 그대로 갔다. 미래 권력이 갖고 있는 측면에서 보면 부족했다. ▦고유환 교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대북 관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 권력도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에 실패한 건 바로 김정일 위원장과의 첫 관계 설정을 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은 임기를 초월해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포용이 아니 개입을 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게 김정일 시대의 청산 문제다. 그 청산이란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이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단초가 될 것이다. 이것들을 포괄적으로 의제화해 고위급 회담을 열어야 한다. 비교적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청산하기 쉬운 처지다. 김정은 체제가 전임 정권을 계승하는 건 당연하지만 남북관계의 리셋(재설정)을 위해선 지금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김추진 의원= 정부가 대북 정책을 적극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북한도 체제 보장에 대한 신뢰감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와 상호 협조해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체제 보장에 대해 우리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결자해지 해야 한다. 이 정부에서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으로 해결할 때 한반도에 번영이 올 수 있다. ▦김형준 교수= 그건 이상적인 얘기고 현실로 보면 미스 매칭돼선 안 된다. 김정일과 이명박이 연결되는 되는 것이지 김정은과 이명박은 연결될 수 없다. 인지부조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미래 권력이 풀어야 한다. (대북정책에서) 이명박과 박근혜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정옥임 의원= 고 교수가 말한 포용이 아닌 개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에 대한 진정한 개입을 위해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게 남남갈등이다. 예를 들면 이번 조문만 하더라도 천안함ㆍ연평도ㆍ금강산 피격 사태가 없었으면 애초부터 적극 개입했을 것이다. 그게 지금 불과 1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고유환 교수= (내가 말한) 리셋(재설정)은 우리가 전제로 걸어놓는 것을 의제화해서 리셋하자는 거지, ) 의미가 다르다. 사진 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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