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의 사실상 폐기가 전제된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지배구조개선안을 두고 관련부처간 미묘한 갈등기류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은 공기업 관리의 칼자루가 기획처로 이관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1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획처 등이 내놓은 공기업 개혁안에 대한 재경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재경부와) 협의는 있었으나 아직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경영공시 등 정부의 관리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며 “그러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기획처는 지난 11월30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및 한국개발원(KDI)와 함께 공기업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박 차관의 말은 향후 부처간 합의과정이 남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다.
그러나 박 차관이 선뜻 이번 방안에 대해 지지를 보내지 않는 점은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로서는 그동안 세수부족 해결의 한 방안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전제, 우량 공기업의 상장을 검토해왔지만 이번 방안이 추진되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과거 한식구였던 기획처의 방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유다.
비단 재경부뿐 아니다. 최근 한은의 한 핵심 관계자는“어느 나라에서 중앙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를 일개 부처 산하에 놓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획처 산하 포털 사이트에 경영공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앙은행의 위상을 깎는 일이라는 얘기다.
산하기관을 다수 거느린 일부 부처에서도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사권 등 핵심권한을 쥔 공기업 운영위원회 등의 수장이 전부 기획처에 몰리는 건 지나친 권한이양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공기업 개혁은 민간 수준의 경쟁원리를 적용하는 방향이 맞지 옛날처럼 정부가 직접 통제와 감시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자칫하면 개혁은 되지 않고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만 더 늘린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