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랜드 하우징 페어] 아파트 50년 문화를 담다

미래의 주택 '브랜드 아파트'가 이끈다<br>단순 주거시설 아닌 한시대의 사회상 그려 미래의 삶 변화도 예측<br>마포아파트 효시…강남개발로 아파트 대량 공급<br>친환경·에너지 절감 등 차별화된 상품도 잇따라

1970년대 지어진 한강맨션은 공공기관인 주공이 처음 선보인 중대형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당시 많은 논란을 빚었다.

1960년대 서울 마포아파트. 우리나라 공동주거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아파트다.

수도권 1기신도시를 대표하는 분당신도시 전경. 1990년대 초 5개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200만호 공급은 이후 아파트 시장의 흐름이 양적 공급확대에서 질적 변화로 전환되는 변곡점이 됐다.

아파트에 브랜드 도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분양가자율화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현대건설이 ' 힐스테이트' 이전 도입했던 '홈타운' 브랜드 아파트.

'아파트 50년, 문화를 담다' 아파트는 우리 주거문화의 중심이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아파트 숲을 이룬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재래식 주택 대신 아파트가 하나 둘씩 늘어가기 시작한지 오래다. 국내 주택시장에 아파트가 들어선지 50년, 이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시설이 아니라'사람의 생활과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자리잡았다. 집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담아낸다고 한다. 지나간 시대의 주택을 통해 그 시대를 읽을 수 있고 앞으로 지어질 미래의 주택을 통해 우리의 삶의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주택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에너지 절감, 친환경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특히 특정 회사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는 지난 10년간 국내 아파트 시장 성장을 담당한 한 축이자 아파트 주민들의 독자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되어 왔다. 앞으로는 'OO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OO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될 정로도 이 같은 브랜드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욱 삼성물산건설부문 브랜드팀장은 "예전에는 주택시장 자체가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아파트도 천편일률적이었다"며 "하지만 10년 전부터 브랜드 아파트가 나오면서 아파트 상품이 다양화되는 분기점이 돼 지금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선보익 있다"고 말했다. 건설회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경쟁이 아파트의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주택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는 마포아파트= 주택업계에서는 국내 아파트의 효시를 1961년 10월 착공한 서울 마포구 마포아파트로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서울 마포구 가든 호텔 뒷편에 들어서 있다. 지금은 재건축이 이뤄져 '삼성 래미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최초의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선 셈이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지어진 마포 아파트는 처음에는 10층으로 계획됐다. 당시 주택공사 총재였던 장동운씨가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 중산층이 입주해 살게 한다는 목표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엘리베이터, 중앙집중식 난방, 수세식 화장실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자금 줄이었던 미국 대외원조처(USOM)의 반대로 무산되고 6층에 엘리베이터는 없고 중앙난방 대신 연탄 보일러를 쓰는 개별 난방으로 건설 될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포 아파트가 준공 된 것은 1962년 12월. 하지만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입주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포 아파트는 장안의 명물이 되었고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엄격하게 따지면 마포 아파트 이전에도 아파트가 있었다. 주택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주택공사가 설립되기 이전인 1957년에 136가구, 1958년에 152가구, 1959년에 75가구 등 총 363가구의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들은 3층 정도의 연립주택 수준으로 본격적인 아파트로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게 주택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강남개발 붐과 함께 시작된 아파트 대량 공급= 국내 아파트의 효시인 마포 아파트가 지어진 이후 아파트는 서울시내 곳곳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주공이 주택사업의 방향을 단독주택 보다 아파트 건설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1970년대 후반부터다. 국내 아파트 대량 공급의 신호탄을 처음 쏘아 올린 것은 한강 맨션 아파트였다. 1969년 10월 착공한 한강 맨션 아파트는 주공이 처음으로 지은 중대형 아파트라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주공은 한강 맨션 착공을 계기로 아파트 건설에 박차를 가해 1970년 한해 동안 아현동,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등 아파트를 속속 착공하게 된다. 1970년대에는 강남개발 붐과 함께 민간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강남개발 붐은 곧 아파트 개발 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반포 주공(현재 반포 자이, 래미안 퍼스티지 등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지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주공은 둔촌동, 잠실 등에도 잇따라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대단위 택지개발 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다. ◇과천ㆍ목동 신도시, 아파트 대역사 이뤄= 1980년 3월에는 주택건설사에 기록할 만한 대역사가 시작됐다. 바로 과천 신도시 건설이다. 과천신도시는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로 영국의 뉴타운 개발방식을 차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는 서울의 과대화,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구상됐다. 1983년에는 목동 신시가지 조성 사업이 시작됐다. 목동 아파트는 열병합 발전소를 설립해 국내 최초의 지역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1980년대는 상계동 마들평야 개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건설 등 우리나라 주택건설사에 남을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이어졌다. 이 시기는 주택건설 양식이 다양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원룸 아파트, 가변형 아파트는 물론 30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아파트 건설사업은 우리나라 주택사업을 한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브랜드' 아파트를 바꾸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다. 국내 주택시장에 아파트가 처음 도입된 1960년대에는 지역명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파트의 효시로 평가되는 '마포아파트'와 함께 1966년 도심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동대문·홍제동·돈암동아파트 등이 차례로 건설됐다. 1970년대 정부가 민간주택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압구정·여의도·잠실·반포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촌이 건설된다. 이때 등장한 아파트는 기업명이 주로 사용됐다. 1975년 현대건설이'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를 처음 사용했고 GS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은 1980년 '럭키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명과 기업명이 혼합돼 사용된 것은 1990년대 분당·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가 조성되면서부터다. 1989년 LG수지아파트나 1990년 삼성건설이 시공한 보라매 삼성아파트도 지역과 기업명이 혼합된 경우다.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부터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대형 건설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자 정부는 분양가 자율화를 도입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개막됐다. 분양가 자율화는 국내 주택시장의 평면과 마감재 수준을 한 순간에 끌어올렸으며 이때 건설사들이 차별화 차원에서 앞 다퉈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바로 브랜드다. ◇아파트 브랜드 시대, 주거 문화를 바꾸다= 아파트 브랜드는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구조에서 나왔다. 연간 수만 가구를 대량 공급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유사한 브랜드 체계를 찾기 힘들다. 아파트의 브랜드는 이제 아파트의 가격과 품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소비자들이 아파트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아파트 브랜드와 주택 구매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아파트 시장에서의 고객 만족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를 고를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25.6%)를 교통(18.9%), 투자 가치(11.1%)를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마다 브랜드 아파트들이 타운을 이루고 집값을 주도하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같은 입지라도 어떤 브랜드를 달았느냐에 따라 입주자들의 선호도가 달라지고 가격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래미안','힐스테이트' 등 유명회사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아파트가 광고 등 마케팅 비용 때문에 아파트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는 일부분만을 보고 얘기하는 것"이라며"아파트 브랜드 시대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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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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