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외이사에게 방만경영을 조장ㆍ묵인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전향적 결정이 나왔다. 감사원은 복합리조트 사업체인 태백관광개발공사(오투리조트)에 2012년 150억원을 기부 형식으로 무상지원한다는 결정을 내린 강원랜드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 현직 임원에 대해 해임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했다. 징계 대상 임원 9명 가운데 사장과 일부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실제 해임 대상 임원은 5명이지만 손해배상 청구는 전현직 임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감사원이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사외이사에게 업무상 배임혐의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도록 통고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거수기 논란에 휩싸인 사외이사 제도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에 다름아니다. 사외이사의 기본적인 책무는 경영감시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오투리조트 지원경위를 보면 정상적인 기업으로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7명의 임원 가운데 6명이 사외이사다. 경영감시는 고사하고 방만경영에 앞장선 꼴이다. 더 황당한 것은 경영진과 사외이사진 모두 내부 법무팀으로부터 오투리조트를 지원할 경우 업무상 배임 및 손해배상 소지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민사상 책임 소지가 있는데도 지원 결정을 내린 임원들의 강심장이 놀랍기만 하다.
산업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강원랜드 법무팀은 경영진은 물론 주무부처에도 배임 가능성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방만경영을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 측 이사진이 이사회 결정 과정에 불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이번 사안을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감사원 지시대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감사원은 여기서 종결할 게 아니라 산업부의 석연찮은 판단과 방관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