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유럽프로골프 투어 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총상금 약 33억원)이 또 외국인들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 거액의 우승상금 약 5억5,000만원은 세계랭킹 170위인 베른트 비스베르거(27ㆍ오스트리아)에게 돌아갔다.
한국 군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 등 막강 전력으로 맞섰지만 5년째 도전에서도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이 공동 15위(7언더파)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비스베르거는 29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ㆍ7,27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리치 람시(스코틀랜드)를 5타 차이로 제친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이로써 올해로 5회째인 이 대회 역대 우승컵은 모두 외국 선수에게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세계랭킹 3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1위를 차지했다.
2ㆍ3라운드에서 7타씩을 줄여 5타 차 리드를 안고 최종라운드에 들어간 비스베르거는 안정된 경기 내용으로 별다른 위기 없이 우승까지 치달았다. 그는 1라운드 13번홀 더블보기 이후 4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무려 59홀 동안 ‘노 보기’ 행진을 펼쳤다.
2009년 유럽 투어에 데뷔한 비스베르거는 이듬해 2부 투어로 내려갔다가 지난해부터 정규 투어로 다시 올라온 선수다. 2부 투어에서는 두 차례 우승했지만 정규 투어에서는 이날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스키와 축구의 나라 오스트리아 출신으로는 두번째 유럽 투어 대회 챔피언으로도 기록됐다.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은 공동 15위에 만족해야 했다. 2언더파 70타를 보탠 양용은은 2개의 더블보기가 아쉬웠다. 전날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인 양용은은 이날 6번홀까지 2타를 더 줄였으나 7번홀(파3)과 13번홀(파3)에서 잇달아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2타씩을 까먹고 말았다. 마지막 2개 홀에서는 연속 버디를 잡아 팬 서비스를 했다.
미국 PGA 투어 루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은 2타를 줄여 공동 20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뒤 “모처럼 귀국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30일 미국으로 돌아가 이번주 웰스파고 챔피언십과 다음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위에 올랐던 유럽 투어 통산 19승의 베테랑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는 공동 5위(10언더파)에 자리했다. 출전자 중 12위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미남골퍼 애덤 스콧(호주)은 마지막 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이름값을 하며 공동 12위(8언더파)로 마감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개막전을 겸한 이번 대회에서는 이태규가 공동 36위(3언더파)로 KPGA 투어 멤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