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관촌수필'의 이문구가 본 작가들 세계

■ 이문구의 문인기행 (이문구 지음, 에르디아 펴냄)


당대 문인들과 누구보다 폭넓게 교류한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1941∼2003). 환갑을 겨우 넘긴 나이에 아깝게 타계한 이문구가 한국의 문인 21명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 놓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용둔마을의 신동은 6세부터 10세까지 서당에서 천자문, 동몽선습, 명심보감, 논어, 맹자를 읽었다. 이 신동은 상상력도 수준이 높았다. (중략) 하늘에 총총한 별마저 먹을 것으로 보여 별을 따달라고 울어 보챈 기억도 있다." 작가는 시인 고은(78)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생생한 동화인 듯 전한다. "선생은 엄격할 데서 엄격하고 단호할 데서 단호하여 문득 서슬이 퍼렇지만 보통 때에는 부드럽기가 봄바람 같아서 아무에게나 호호야(好好爺)로 통한다. 미아리 너머 길음시장의 기름집 아줌마는 젊은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국어책에서 '가난한 사랑의 노래'에 감동한 소녀들은 늙은 오빠 정도로 짐작할는지도 모른다." 한국 문단의 작은 거인 신경림 시인에 대한 문장은 이보다 그의 특징을 잘 포착한 글이 없다는 평이다. 책은 이문구가 생전에 잡지 등 여러 곳에 남긴 글 가운데 현대문학의 주요 문인에 대한 자료를 모은 것이다. 김동리, 신경림, 고은, 한승원, 염재만의 인물평은 1부에 실었고 2부에서는 박용래, 송기숙, 조태일, 임강빈, 강순식 작가의 단행본에 쓴 발문을 모았다. 3부에는 이문구가 '월간문학' 등에 작가 탐방을 주제로 연재한 글이 실렸는데 황석영, 박상륭, 김주영, 조선작, 박용수, 이정환 작가의 삶과 철학 등을 다뤘고 마지막 4부에서는 박태순, 서정주 등에 대한 실명소설 추도사를 담았다. 우리말 특유의 가락이 담긴 글로 유명한 이문구는 각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유장한 문체를 펼쳤으며 구수한 입담과 해학으로 문인 세계를 여과 없이 전하고 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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